"외환보유고 소진, 계량화할 수 없고 개연성 불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단 "박 씨의 글대로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거나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인해 외화예산 환전업무를 중단한 적이 없는 사실은 인정된다"며 검찰이 문제 삼은 두 개의 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여러 사실을 종합해보면 박 씨가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사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외환시장의 특수성에 비춰봤을 때 그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박 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박 씨에게 허위 글을 올릴 의도는 물론 공익을 해할 목적이 모두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박 씨의 지난해 12월29일 글이 게시된 직후 달러 매수량이 증가해 정부의 환율 방어정책 수행을 방해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매수 증가가 박 씨의 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설사 이를 인정해도 정도를 계량화할 수 없어 단순한 개연성 정도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작년 7월30일과 12월2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환전 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 `정부, 달러 매수금지 긴급공문 발송' 등 공익을 해치는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올린 혐의로 체포돼 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결심공판 때 그에게 징역1년6개월을 구형했다.

박 씨 변호인인 김갑배 변호사는 "재판부가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증거에 의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