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제청 관련 사건 신속처리 지시는 부당"
"절차 관련 의견제시는 사법행정권" 견해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관련 재판 개입 논란에 따른 파문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판사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대법원은 20일 오전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법관 워크숍'을 이틀 일정으로 개최했다.

행사에는 5개 고등법원을 비롯해 특허법원, 사법연수원, 20개 지방법원에서 법원별로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단독판사 등 2∼6명씩 모두 75명이 참석했다.

법관들은 첫날 사법행정의 운영 방식 개선과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2개 분과를 나눠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에서는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 및 적정한 행사 방식,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제도적 대응 방안, 사건 배당, 사무분담, 근무평정 제도, 고법 부장판사 임명 방식, 법관 인사제도 등이 세부 주제로 다뤄진다.

둘째 날은 분과별 논의 내용을 공유하고 전체 토론을 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신 대법관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각급 법원은 워크숍에 앞서 기수ㆍ보직별로 판사 모임을 열어 의견을 수렴했으며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에 등에 대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한 만큼 잘못됐다는 의견이 상당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사전에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부산지법 부장판사 등 10명은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형식ㆍ내용을 불문하고 법원장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부산지법 단독판사 등은 일반적 사항이라도 처리 방향, 특정 결론을 암시하거나 유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위헌제청됐는데 재판을 빨리 진행하도록 하거나 신속한 기일 진행을 지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일부 판사는 사건 처리에 관한 지시ㆍ조언ㆍ권고나 재판 진행 절차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 제시는 사법행정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개선 방안으로 사법행정권과 관련한 구체적 예규를 제정하고 부당한 권한행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기구나 직위별 판사회의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제도나 관행이 있지 않나 하는 법원 안팎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를 모이게 했다"며 "수렴된 의견과 논의 결과를 경청해 제도 개선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행사에서 제출된 의견을 취합해 문서로 발간하고 제도 개선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천안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