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간 남편 "실종" 허위신고..장례 치르고 제사까지 지내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부부가 공모해 남편이 낚시하러 갔다가 실종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한 뒤 11억여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A(35)씨를 구속하고 부인 B(3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서로 짜고 부인 B씨가 남편이 낚시를 갔다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허위로 신고한뒤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6개 보험회사로부터 11억1천여만원의 사망 보험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부부는 지난 2006년 초 통영에서 운영하던 카페가 영업 부진 등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자 허위 실종 신고를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으며, 앞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가입해둔 5개 보험사 9개 상품을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A씨는 2006년 3월 13일 통영 앞바다에서 레저사업장으로부터 빌린 보트를 타고 낚시하러 갔다가 실종된 것처럼 해상에 보트만 남겨두고 몰래 빠져 나와 부산으로 달아났다.

이후 3여년동안 부인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부산과 대전, 서울 등 전국 여관과 찜질방을 돌면서 도피 행각을 벌였다.

B씨는 남편이 실종된 것처럼 경찰에 신고한데 이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소송을 청구해 1년 8개월여만에 실종선고 심판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B씨는 이를 토대로 수상레저 사고보험을 포함한 모두 6개의 보험사에 통영해양경찰서의 사건사고 확인원을 제출, 11억1천만여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씨는 당시 친척 등 지인들에게 실종에 따른 남편의 사망 소식을 태연히 알리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보는 앞에서 실신하기도 했으며, 조의금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제사를 두 차례나 지내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은 보험금으로 받은 11억1천여만원 중 1억원 가량을 남편에게 도피 자금으로 건네줬고, 나머지 10억여원을 건설업과 주식, 펀드 투자, 체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전에 모 보험회사에 근무했을 당시 알고 있었던 '선박.항공기.전쟁 등 특별 실종의 경우 실종된 지 1년이 지나고 6개월 이상의 법원 공시를 거쳐 실종으로 최종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범행에 악용했다고 경찰측은 설명했다.

이들 부부의 기발한 범행사실은 A씨가 지난 2월 대구의 한 주점에서 취중에 이같은 내용의 범행을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털어놨다가 이 지인이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돈에 눈이 먼 부부의 기막힌 오판에 안타까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범행을 주도한 남편은 구속했지만 어린 자녀의 양육을 감안, 부인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