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말하기 시험이 '대세'다. 각 기업들이 너도나도 영어 말하기 시험을 채용과 승진에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에게는 기존 듣기 · 읽기 위주의 TOEIC · TOFLE에 이어 말하기까지 따로 시험을 봐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따지고 보면 영어 말하기 시험은 실제로 영어 회화 능력이 어느 정도에 이른 사람들에게는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말하기 시험 준비 과정에서 회화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기존 토익시험을 열심히 준비해 990점 만점을 받은 사람도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했지만,말하기 시험을 준비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연습 과정에서 회화에 대한 두려움이 극복되고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정하는 영어 말하기 시험은 5~6가지다. 시장을 선점한 OPIc에 이어 토익 스피킹,ESPT,G-TELP 등이 주로 사용된다. 토플도 2005년부터 말하기 시험이 포함된 iBT 시험으로 바뀌었다. 각 시험들의 특징과 대비 요령을 알아보자.

◆OPIc

미국의 공인 영어능력평가기관인 전미외국어교육협회(ACTFL)의 OPI를 크레듀가 ACTFL 측과 함께 인터넷 기반으로 바꾼 시험(www.opic.or.kr)이다. 응시자 맞춤형으로 사전 설문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말하기 주제를 선택하고 본인 능력에 맞춰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면대면 인터뷰와 매우 유사하다. 40분 동안 12~15개 질문에 대해 답하게 된다. 각 문제에 대한 답변 시간은 가이드 라인만 주어지고 실제로는 응시자가 원하는 대로 짧거나 길게 대답할 수 있다. 답변 내용은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으로 전송돼 ACTFL의 채점자가 평가한다. 평가 후 1주일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시험 결과는 총 7개 등급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짧고 불완전한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에는 'Novice(초심자) Low · Mid · High' 3등급 중 하나를,머뭇거리고 문법적 실수가 있으나 자신 있게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경우에는 'Intermediate Low · Mid · High' 3등급 중 하나를 받게 된다. 모든 시제 표현을 사용해 일관되고 완벽하게 진술이 가능한 경우 'Advanced' 등급을 받을 수 있다.

OPIc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스토리 텔링'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 ACTFL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OPIc에서 상급 수준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말하고 싶은 것을 길게 말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문답,표현과 어휘 연습만 하는 회화학원식의 공부로는 고득점을 받기 어렵고 일상적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익 스피킹

세계적인 비영리재단인 ETS에서 개발했다. 한국에서의 운영은 한국 토익위원회가 주관한다. 시험 문항은 모두 11개로 20분 정도 걸린다.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지문 읽기,사진 묘사,질문 듣고 답하기,해결책 제시하기 등의 유형으로 진행된다. IBT(인터넷 기반),CBT(컴퓨터 기반),MBT(모바일 기기 기반) 3개 방식이 있다. ETS 인증 센터 컴퓨터의 인터넷을 통해 문제가 송신되고 응시자는 컴퓨터에 음성을 녹음하거나 문장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게 된다. 홈페이지(www.toeicwt.co.kr)를 통해 온라인 접수가 가능하며 응시일부터 약 2주 후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ESPT

국가공인 영어 말하기 자격 시험이다. ESP 평가 아카데미에서 개발하고 에듀박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IBT 방식으로 동영상을 통해 응시자의 표정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능력까지 총체적으로 관찰해 평가한다. 1000점 만점으로 평가에 사용되는 항목은 이해력(상대방의 질문을 이해하는 정도),정확성(효과적 의사 전달을 위한 문법의 정확성과 단어 · 어휘의 적절성),유창성(머뭇거림 없이 보여주는 영어 구사의 능숙함),발음(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억양,강세,리듬의 사용 정도) 등이다. 정기시험은 매주 둘째 · 넷째 토요일에 시행된다. 접수는 인터넷(www.espt.org)과 방문 접수 모두 가능하다.

◆G-TELP

국제테스트연구원(ITSC)에서 개발한 구술시험이다. 11개 파트에서 30여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40분간 진행된다. 내용 문법 유창도 발음 등 모두 6개 분야를 평가한다. 시험일부터 약 3주 후에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접수는 홈페이지(www.gtelp.co.kr)에서 할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