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은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4.29 재보선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야 모두 내부분열로 텃밭에서 치열한 계파전을 벌이는 것이 한 배경이지만 최대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진영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박연차 게이트'라는 초특급 회오리가 '경제살리기'나 '정권 심판'의 이슈를 차례로 집어삼킨 탓이다.

특히 검찰이 이번주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사법처리에 착수하면 그 파장은 가늠키 어려워진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민주당에 다소 타격을 주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달전에 비해 2.7% 포인트 하락한 14.2%에 머문 반면 한나라당은 4.1% 포인트 상승한 34.7%를 나타냈다.

'노무현 게이트'로 비화한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에도 노 전 대통령 측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일정 부분 전가된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소환 및 사법처리가 현실화하거나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의 완강한 대처로 실패할 경우의 민심 흐름은 예측키 어렵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양날의 칼'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구속 등 사법처리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과 접전을 벌이는 최대 승부처 인천 부평을 및 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과 싸우는 전주 2곳에서의 선거가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악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참여정부에 대한 표적사정론이 비등해져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특히 박연차 회장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거론돼온 여권 실세들에 대한 즉각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공산이 있다.

이는 한나라당에 불리한 시나리오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캐내는데 실패할 경우 사태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7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10억원 수수설 등 3대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주장하며 "현직 대통령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은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이후 역공을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수사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당 지도부는 노무현 게이트를 4.29 재보선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칫 표적사정론을 부각시켜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데다 검찰 수사가 박연차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 노 전 대통령이 여권실세 연루와 관련한 '반전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소문 등이 있는 만큼 과도한 편승은 않겠다는 것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 정 대표가 대통령을 거론하고 나서자 논평을 내 "노 전 대통령 위선과 정동영 후보 배신에 뺨 맞았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풀이하는 건 보기 민망하다"며 "부정부패의 저수지 노무현 패밀리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선거와 상관없이 원칙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승부처이자 격전지인 인천 부평을의 민심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16일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가 29.7%로 민주당 홍영표(29.1%)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반면 폴리뉴스의 15일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32.1%로 이 후보(27.9%)를 다소 앞서는 등 접전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 및 사법처리 수위는 이러한 접전에 어떤 식으로든 균열을 줘 재보선의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예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