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술 마신 피해자 과실도 40%" 판결

계단이 없고 문짝만 설치된 비상문을 열고 나가려던 손님이 추락해 사고를 당했을 경우 업소 주인에게 60% 책임이 있고 피해자의 과실도 40%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8단독 황순현 판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박모 씨 등 노래방 운영자 2명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3천561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경기도 오산시 한 건물 1층 음식점에서 일행 2명과 함께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한 뒤 내부 계단을 통해 2층과 3층에 있는 노래방을 찾았고 노래방 종업원의 안내로 내부 계단을 통해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던 중 비상문을 열었다.

비상문은 노래방 측이 건물 외벽 일부를 뚫어 만든 것으로 계단과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아 비상문을 열고 나가려던 A씨는 4~5m 아래 길바닥에 추락해 전치 16주의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상(외부 충격으로 뇌에 피가 고이는 증상)을 입었다.

A씨와 그 가족들은 이듬해 박씨 등 노래방 주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항소심에서 '2억3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치료비 구상금 책임은 A씨에게 있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고 후 4년간 들어간 A씨 진료비 6천689만원 중 A씨 부담금을 제외한 3천561만원을 병원에 지급하고 노래방 주인 2명을 상대로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민법상 (비상문) 하자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공단이 부담한 치료비 일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A씨가 잠긴 비상문을 열고 나가면서 난간이나 계단 설치여부를 살피지 않은 점, 노래방 비상문의 위치, A씨의 음주정도 등에 비춰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