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인 피의자를 폭행한 경찰관이 법이 정하는 가장 낮은 처벌을 받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기정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44) 경사에게 징역 6개월의 형을 선고유예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공무원직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선고유예까지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이 피의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혀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모른 김 경사가 인적사항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조사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고 김 경사와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 3명이 합의금 8천500만원을 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찰관 등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피의자를 폭행하는 `독직 폭행'으로 상처를 입힐 경우 징역 1년 이상에 처해지게 된다.

그런데 판사는 징역형의 2분의 1까지 재량으로 형량을 줄이는 `작량 감경'을 할 수 있으며 1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뚜렷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김 경사는 작년 9월 지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 지적 장애인 서모(44) 씨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등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며 복도로 끌고가 수차례 발로 찬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불거질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경찰관들도 폭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혼자 폭행한 것으로 결론짓고 김 경사만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지구대장 등 6명을 직위해제하고 김 경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