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001,002 등 국제전화 발신번호가 뜨는데 국내 금융회사,우체국,검찰 등을 사칭한다면 일단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

경찰청은 통신업체와 협의해 중국 등 해외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식별해 주고 표시까지 해 주는 '국제전화 식별번호 부여제도'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제도는 통신업체가 해외에서 걸려 오는 발신 전화번호 앞에 식별번호가 표시되도록 해 수신자가 국제전화임을 쉽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통신 사업자별로 KT는 001,LG데이콤은 002,SK브로드밴드는 005,SK텔링크는 006,온세텔레콤은 008이 발신자 번호 앞에 붙는다. 지금까지도 국제전화 발신번호 앞에 001 등 식별번호가 붙었지만 발신자 번호 표시 조작을 통해 국내에서 거는 전화번호로 위장하는 게 가능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오는 11월부터는 국제전화가 올 때마다 휴대폰 액정화면에 '국제전화입니다'라는 문구도 뜨게 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제도를 시행하면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다수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발신번호를 조작해 국내 전화인 것처럼 속여 왔다. 이 때문에 수신자들은 국내 금융회사나 관공서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부터 001,002 등이 뜨는 국제전화인데도 국내 은행,우체국 등을 사칭하면 보이스피싱이라 의심하면 된다"며 "현재 보이스피싱의 거의 100%가 중국발로 이뤄지는 만큼 사기 예방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선전화 사용자와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사용자에게는 이같은 제도가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별도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경찰은 또 중국발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조 여권을 이용해 대포 통장을 개설한 뒤 범행에 악용하고 있는 수법도 근절해 나갈 계획이다. 외국인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경우 관련 기관과 자료를 공유해 여권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지난달 국민은행이 처음 도입했으며 다른 은행들도 준비 중이다.

전화를 통해 개인 정보를 빼낸 뒤 금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은 2006년 6월 처음 발생했으며 현재 접수된 피해 건수는 1만6030건,피해액은 1612억원에 달한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