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면서 1년에 20회 헌혈하고 마라톤도 열 차례 완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서울 중랑우체국에서 방호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규석씨(49 · 사진)는 6년째 그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해 이제껏 121차례 헌혈했고 마라톤 풀 코스 23회,하프 코스 32회를 완주했다.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내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라는 일반적 도덕심이 전부다. 계기가 될 만한 일이 있기는 했다. 10년 전 직원 야유회를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치아 10개가 부러져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아파 보니 헌혈이든 뭐든 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조씨는 말했다.

마라톤은 사고 후 나타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다. 아마추어가 55차례 완주했다면 대단한 기록 아니냐고 묻자 "풀 100개 클럽도 있다. 풀 코스만 100개 뛴 사람들"이라며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니 100개는 힘들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도 하고 마라톤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몸에 있는 피의 10%는 여유분인 데다 헌혈이 암이나 뇌졸중을 줄여 준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헌혈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매월 1만원씩 납부하는 적십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1월엔 사후 각막 · 장기 기증 등록을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