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부 천안 고용지원센터 직원들은 아산시 일대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업체들에 대한 실태 점검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A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하 대피공간에 숨어 있던 10여명의 직원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초부터 오는 6월까지 휴직 처리된 직원들이다. 이 회사는 이들을 포함해 총 50명의 무급 휴직을 신고했고,노동부로부터 6000만원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휴직을 가장한 정상 조업이었던 것.이 회사는 노동부 점검에 대비해서 직원들에게 숨는 방법 등을 사전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불황을 맞아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이처럼 부정수급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서류를 조작하거나 해외 현지 공장을 활용하는 등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유지 지원금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07년 23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분기에만 벌써 19건에 이르고 있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 악화에 처한 사업주가 직원을 감원하지 않고 휴업이나 휴직,훈련,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다. 하지만 감원 계획이 없는 기업들까지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이 돈을 타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정상조업 중인 직원을 휴업이나 훈련 중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B사의 경우 150여명이 훈련을 받는다고 신고했지만 이 중 80여명은 매일 출근해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1억원가량을 받아내려다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직원이 일하는 모습이 발각되면 "원청 업체에서 급하게 일을 맡겨와 어쩔 수 없이 잠깐 나왔던 것"이라고 읍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휴직 중에 심심해서 작업 현장에 들른 것'이라며 되레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노동부에서 불시 점검을 강화하다보니 휴직 기간 동안 사업주의 다른 공장이나 심지어 외국으로 빼돌려 근무시키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C사의 고용유지 지원금 부정수급에 관한 제보를 받고 휴업 대상자의 출입국 현항을 조사한 결과 휴직 기간 중 중국 현지공장에서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은 현장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는 D사는 친인척을 이용해 허위 채용 신고를 하고 얼마 후 휴직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이 경우 임금대장이나 근로계약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 후 신규 채용한 것처럼 가장해 신규 고용촉진장려금을 받아내고,이어 휴업이나 훈련으로 가장해 고용유지 지원금까지 받아내는 '이중 부정수급'을 시도한 사례다. 이 밖에 이미 해고한 직원을 휴직 중인 것으로 꾸미기도 한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임금을 지급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수취인을 변경한 후 사업주 본인의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부정수급이 늘자 노동부도 점검 활동을 강화하고 적발시 징수액을 부정수급액의 최고 5배까지 올리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유관기관을 통해 크로스체크하는 등 조사기법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더욱 어려운 기업에 지원돼야 할 돈이라는 점을 업체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