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구걸하는 지체장애인의 옷을 벗긴 채 인정사정없이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5일 전철에서 구걸을 하는 지체장애인을 끌고 가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로 대학생 임모(19)군과 고교생 장모(17)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 등은 이달 5일 자정께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성북역에서 내린 지체장애인 문모(36)씨를 인근 야산 밑 텃밭으로 끌고 가 얼굴과 온몸을 수십 차례 발로 짓밟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군은 전철에서 내리는 문씨를 뒤따라가 끌고 가던 중 동네 후배인 장군을 만나 합세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 등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문씨의 옷을 모두 벗긴 채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며 등에는 신발 자국대로 피멍이 들어 있을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임군이 범행 후 텃밭 주인이 기르던 진돗개 한 마리도 훔쳐 달아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철역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임군이 문씨의 뒤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고 용의자를 특정한 뒤 지난 14일 임군이 다니는 지방 대학 인근에서 검거했으며 이날 임군의 진술에 따라 장군을 추가로 붙잡았다.

임군은 "돈은 빼앗지 않았다"고 강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들이 아직 특별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는 점으로 미뤄 문씨가 구걸한 돈을 노린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인의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가엾은 사람을 그렇게 아무 죄의식 없이 무자비하게 때려 숨지게 했다"며 이들의 행동을 개탄했다.

경찰은 임군 등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