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걸' 김자인(21.고려대2)이 스포츠클라이밍(인공암벽등반) 월드컵대회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고 성적인 준우 승을 차지하는 깜짝 성과를 거뒀다.

14일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김자인은 지난 11-12일 이틀간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조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대회의 여자부 볼더링 경기에서 일본의 아키오 노구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몸에 줄을 매고 15m 높이의 인공암벽을 제한시간 내에 오르는 난이 도 경기와 달리 볼더링 종목은 줄을 매지 않고 5m 높이의 암벽을 등반하는데 다 홀드(인공 손잡이)의 간격이 넓어 체격이 작은 동양 스포츠클라이머에게는 불리한 종목이다.

그러나 신장 152㎝의 `땅콩' 김자인은 무르익은 암벽타기 기술과 탁월한 체력을 바탕으로 20여개국에서 온 33명의 선수 중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선수가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도 처음이지만 난이도가 아닌 볼더링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도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전까지는 김자인이 2007년 월드컵대회 난이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주목할 점은 난이도가 주종목이었던 김자인이 별다 른 경험이 없는 볼더링 종목에 도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는 사실이다.

4분간 치러진 결승에서 김자인이 5차례 시도끝에 볼더(암석) 2개를 등반하는데 성공한데 비해 아키오가 4차례 시도만에 볼더 2개를 올라 고배를 마셨지만 기량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자인은 "주종목은 아니지만 경험을 쌓고자 하는 마음에서 참가했는데 예선 2위로 준결승에 올라가며 자신이 생겼다"라며 "아쉽게 패했지만 볼더링에서도 세계적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자인은 "올해 6, 7차례 열리는 각 지 역별 월드컵 대회에서 난이도는 물론 볼더링에서도 1위에 꼭 올라보고 싶다"라며 "6월 하순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두 종목 모두 도전해 세계 정상에 오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운동이건 공부건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악바리"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김자인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스포츠클라이머가 돼 국내에 스포츠클라이밍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스파이더 걸' 김자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