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조카사위를 전격적으로 소환조사하면서 거침없이 달리던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측의 반격에 멈칫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가 100만달러의 용처에 대해 함구함에 따라 사실상 100만달러의 용처 규명이 힘들어졌음을 시인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권 여사가)채무변제 상대방에게 피해가 간다고 진술을 거부하고 달러로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며 "아쉽지만 용처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100만달러의 제공자(박 회장)와 수수자(권 여사)가 인정한 이상 용처를 밝히는 것은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이 또한 검찰로서는 불리한 부분이다. 권 여사는 공무원이나 정치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대가성과 용처를 밝혀내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이 끝까지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누구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즉 노 전 대통령이 "우리 집에서 받아 썼고 법적 평가를 받겠다"고 선수를 친 것에 검찰이 걸려든 셈이다.

500만달러의 수사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기획관은 "현재는(APC와 타나도인베스트먼트 등의)계좌추적 자료밖에 없고 투자처 등과 관련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연철호씨는 500만달러를 자신이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창업투자사'타나도인베스트먼트'에 전액 운영자금으로 투입하고 이 중 260만~270만달러를 실제로 베트남과 미국 등에 투자했으며 일부 금액은 타나도 계좌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는 검찰 측에 베트남 등 현지 법인과 체결한 투자계약서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된 투자"라는 맥락에서 연씨 측이 증거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연씨 혹은 노건호씨가 박 회장의 구체적인 청탁을 받았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이들을 알선수재죄로 처벌하기가 힘들어진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