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찰서에 구속 수감돼 있던 피의자 2명이 탈주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유치장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3분께 횡령 및 절도 혐의로 구속돼 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이모(36)씨와 홍모(26)씨가 2중의 잠금장치를 아무런 제지없이 통과해 도주했다.

이 경찰서 유치장은 2평가량 공간의 감방 8개가 반원형으로 배치돼 있 으며, 감방 앞 중앙에 형사 3명이 하루 3교대로 책상에 앉아 유치 대상자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구조로 돼 있다.

외부에서 감방 안으로 들어가려면 유치인 면회실 출입문을 거쳐 유치장 출입문을 지나야 하고 마지막으로 감방 앞의 철창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가운데 경찰은 유치장 출입문과 감방 철창문 두 곳은 항상 시정장치로 잠그지만 탈주 당시에는 두 개의 문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였다.

아침식사 후 방을 청소하는 시간과 근무교대 시간이 겹치면서 유치장 출입문이 열려 있었고 빗장을 건 뒤 자물쇠를 채우는 방식인 감방 문의 경우 당시 직원들이 문을 잠가놓은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더구나 감시, 관리하는 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당시 근무자를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어서 유 치장 중앙 책상에 누군가 앉아서 근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단 한 명이라도 근무를 하고 있었더라면 감방문이나 유치장 문이 열려 있더라도 탈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칙에 따르면 `통모(남몰래 서로 통하여 공모함.通謀)'를 방지하기 위해 공범을 분리 유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수감 대상자가 7명에 불과해 감방이 넉넉했는데도 이씨와 홍씨를 같은 방에 넣어 탈주를 공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

탈주 피의자들이 유치장을 탈출한 뒤 경찰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과정도 문제다.

피의자 2명은 유치장에 비치된 수 감자용 슬리퍼를 신은 채 유치장을 나와 경찰서 휴게실과 뒷마당을 거쳐 의경이 보초를 서는 경찰서 후문의 쪽문까지 어느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경찰의 관리 소홀을 비웃듯 유유히 빠져나갔다.

경찰은 뒤늦게 남산 부근에 형사와 전.의경 등 전 직원을 급파해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검거에 주력해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씨 한 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유치장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결과 정확한 탈주 시간을 오전 8시33분으로 확인했지만 탈주 사실을 인지한 시간은 8시58분이어서 무려 25분 동안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