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씨 오늘 조사..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주중 조사 전망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체포해 조사한 데 이어 12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소환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주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검찰의 칼날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을 정조준한 것이다.

특히 연 씨와 노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중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이번 주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보낸 600만 달러의 베일을 벗길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검찰 수사 성패, 건호 씨 입에 달렸다 = 검찰 수사의 초점은 우선 건호 씨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의 중심에 그가 서 있기 때문이다.

노 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0만 달러 투자를 요청한 뒤 지난해 초 연 씨가 베트남 공장을 찾아가 박 회장을 만날 때 동행하는 등 돈을 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 씨가 이 돈으로 세운 창투사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가 노 씨라는 주장도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사과문에서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해명했지만, 2007년 6월 말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로 건넨 100만 달러의 최종 사용자가 노 씨라는 분석도 제기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같은 달 30일 출국해 남미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는 길에 시애틀에 들렀는데 여기서 아들을 만나 유학비 및 생활비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노 씨는 당시 LG전자를 무급 휴직하고 자비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중이었다.

박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13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10억원 안팎의 원화를 급하게 이틀 만에 100달러짜리 100묶음, 100만 달러로 만들어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 이런 의구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노 씨가 문제의 600만 달러의 종착지로 지목되면서 노 씨의 입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 다음 순서는 노 전 대통령 부부 = 연 씨나 노 씨에 대한 조사는 결국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조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야만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할 수 있기 때문.
검찰 역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노 전 대통령이 언제 검찰에 나올지가 이번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연결고리로 지목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 서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꾼'이라고 평가하며 "수사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영장 기각 사유가 `소명 부족'이라고 기재되면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이 모두 권양숙 여사의 몫이라고 진술을 바꾸면서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만약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이나 정 전 비서관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을 입 증하지 못한 채 권 여사가 받은 돈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아무도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검찰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문제의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노 전 대통령 측에 흘러갔다는 사실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사이의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이번 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