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184명중 장성없어.."봐주기 의혹"

평일 일과 시간에 무단으로 군 골프장을 이용한 현역 군인이 184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나 군 기강 해이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장교들이 157명이나 적발돼 장교들의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장교 기강해이 도를 넘었다 = 국방부와 각 군이 지난달 24일부터 평일 일과 시간에 무단으로 골프를 친 현역을 조사한 결과, 장교 157명과 준사관 7명, 부사관 20명 등이 적발됐다.

간부 계급별로는 대령 6명, 중령 13명, 소령 7명, 대위 128명, 중위 3명과 준사관 7명, 부사관 20명 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구속 대상으로 거론되는 10회 이상 무단으로 골프친 간부는 중령과 소령 각각 1명, 대위 22명 등 총 24명이다.

5~9회 간부는 36명으로 대령 1명과 대위 34명, 중위 1명으로 조사됐다.

4회 이하 무단으로 골프를 한 간부는 대령 5명과 중령 12명, 소령 6명, 대위 72명, 중위 2명 등 무려 97명에 달했다.

병사와 부사관을 올바로 지휘하고 건전한 병영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할 장교들이 골프장 이용 횟수와 무관하게 일과 시간에 무단으로 골프를 친 것은 군기(軍紀)가 생명인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떳떳치 못한 행동을 하는 간부의 명령이 부하들에게 먹혀들리가 없고 이는 곧 군 기강 뿐 아니라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져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군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병사들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성심을 다해야 할 군의관 134명(85.4%)이 한가롭게 평일 골프장을 이용한 것도 의사로서의 소임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병원 진료 여건이 "감기에 걸려도 소화제를 처방한다"는 식의 수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군의관들이 예비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양질의 진료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지금도 군대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들은 군 병원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훈련 중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민간병원에 입원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성 봐주기 의혹" = 국방부와 각 군은 이번 조사에서 평일 골프를 친 현역 1만6천545명을 추려냈고 이 가운데 1만6천351명(98.8%)은 휴가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1만6천545명을 대상으로 평일 골프장을 이용한 경위에 대한 본인과 동료의 진술, 휴가서 발급 여부 등을 토대로 소명의 기회를 준 결과 98.8%가 규정위반 없이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소명 대상자 중에는 현역 장성이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현역 장성 일부가 소명을 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으며 한 야전부대에서 육군본부에 올린 자료에는 장성 명단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평일 무단골프 조사 파문으로 전 군이 발칵 뒤집힌 상황에서 장성까지 포함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장성들은 주로 군사령부급 부대에 근무하기 때문에 휴가명령이 전산화된다"면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평일 골프장을 이용한 경우 소명 대상에서 자연히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사법처리 형평성 논란 = 군 검찰은 평일 무단 골프자 처벌 기준을 10회 이상으로 정하고 군의관 21명을 발 빠르게 구속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5회 이상 무단으로 골프를 친 현역 34명이 검찰 수사대상이다.

이 가운데 10회 이상 무단 골프를 친 추가 적발자는 11명으로 드러났다.

추가 적발자 11명이 구속 수사 기준에 포함되는 데도 '수사의뢰'한 것은 군의관 구속 때와 비교해 형평성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구속된 군의관 21명 중 개인소명으로 6명이 풀려나 무리한 법 집행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처음 조사 때 미처 소명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진술이 미흡했던 군의관들이 수사과정에서 소명을 해 풀려난 것"이라며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군 골프문화 이대로 좋은가 = 군 골프 문제가 심심찮게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군의 골프 문화가 이대로 좋은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상대기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군대 특성상 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어서 부대 인근 골프장이나 군 골프장을 이용하고 있는 처지는 이해가 가지만 해가 멀다 하고 터지는 골프 파문에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군은 32개의 골프장(체력단련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으로만 현역 연인원 46만2천여명(28.5%)이 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이 가운데 연인원 9만6천여명이 평일에, 연인원 36만5천여명(61.1%)이 주말에 각각 군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들의 여가 수단이 골프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일에 군 체력단련장을 이용하는 현역은 체력단련장에서 신분을 철저히 가려내는 등의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근무감독이 느슨한 군병원이나 산하 연구기관, 학교 등에 대한 복무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상헌 기자 threek@yna.co.kr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