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해서 이렇게 '정치 탄압'을 받는 것..달게 받죠. 해 보죠"

10일 오전 0시10분께 대전지검 현관 앞.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는 '비보'를 검찰청사에서 전해들은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은 대전교도소로 향하기 전 몰려든 취재진에게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 수사관에게 둘러싸인 채 청사를 빠져나온 강 회장이 맨 처음 내뱉은 말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회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파란색 체크무늬 넥타이 차림을 한 강 회장은 현재 심경을 묻는 말에 "착잡하다.

난 아무런 죄를 지은 것도 없고,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항변했다.

또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이렇게 '정치 탄압'을 하니 달게 받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자신의 혐의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강 회장은 법원 결정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한국 법이 그렇다면 법대로 하겠다"며 입을 '앙' 다물었다.

강 회장은 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데 이어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검찰청사에서 장시간 대기한 탓에 지칠 대로 지치긴 했지만 표정은 뜻밖에 어둡지 않았다.

2003년에 이미 비슷한 혐의로 구속된 경력이 있기 때문이거나 자신을 스스로 '정치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때때로 미소를 띠어 보이기까지 했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검찰 청사 주변에는 대전 지역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10여명이 나와 큰 소리로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강 회장을 격려한 덕분일 수도 있었다.

응원 함성을 들은 강 회장은 이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교도소로 향하는 스타렉스 승합차에 오른 뒤에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생각에 잠겼고, 굳어진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그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는 노사모 회원들도, 전날(9일) 오후부터 몰려든 50여 명의 취재진도 알 수 없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