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대학.재학생 1만여명 이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과도 많지 않고 학생 수도 적지만 탄탄한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실력으로 주목받는 대학들이 있다. 커리큘럼도 좋고 졸업생 취업률도 높은 이들 '강소(强小)대학'은 명문대 위주의 입시과열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소대학을 몇 차례에 걸쳐 조명해 본다.

충남 논산시 건양대학교에 자리잡은 취업매직센터 면접실습실.4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 일본인을 상대로 면접을 벌이고 있다. 유창한 일본어로 답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곧바로 동영상으로 촬영돼 바로 옆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정과 자세는 물론 어조와 억양까지 자세히 점검된다. 바로 옆 '워킹룸'에서는 학생들이 바닥에 그어진 줄을 따라 단정한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있다. 박찬수 취업매직센터장(교양학부 교수)은 "모든 4학년 학생들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기업체 입사면접과 똑같은 환경에서 면접 실습을 한다"며 "실습 장면을 담은 동영상 자료는 자세나 표현 등을 교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게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만들어진 취업매직센터에는 면접실습실뿐 아니라 토익 · 토플 시험장,취업정보 교류공간 등 취업과 관련있는 대부분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정영길 건양대 기획처장(의대 교수)은 "4층 규모의 취업전용 건물을 별도로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건양대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양대는 1학년 2학기와 4학년 1학기 취업 관련 과목을 교양필수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취업 관련 과목을 정규학점으로 부여한 곳은 건양대가 처음이다.

또 학생들은 연 4회 토익을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고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등 3개 자격을 필수로 취득해야 한다.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성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학생 중심의 대학'을 표방하는 건양대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벌이고 있는 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건양대는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30분부터 8시까지 '방과후 진로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 · 중 · 고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의 대학판 버전인 셈이다. 올 1학기 공인영어성적이나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178개 강좌에 참여하는 학생은 4270명.연인원 기준이지만 전체 재학생 8000명의 절반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수강료는 강좌당 1만원이지만 출석률이 80% 이상일 경우에는 '포인트'로 환불해주며 적립된 포인트는 나중에 등록금 납부액에서 공제할 수 있다.

건양대는 또 제약공학과 운동처방학과 국방공무원학과 등 특성화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제약공학과의 경우 약학과 화학의 중간 틈새를 노린 학과로 제약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현장적합형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졸업생 46명 가운데 대학원에 진학한 3명을 제외한 43명은 전원 제약회사나 관련 연구소에 취직,100% 전공일치도를 나타냈다. 병원의 행정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출범한 병원관리학과도 91%의 취업률과 82%의 전공일치도를 보였다.

건양대는 7년째 9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졸업자 1000명 이상~2000명 미만 대학인 'C그룹' 66개 대학 가운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정 기획처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고 눈높이를 낮춰 취직에 성공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금융 LG생활건강 대우조선 등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졸업생도 적지 않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지난 2월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 1500여명을 대상으로 비전설명회를 갖는 자리에서 "신입생에 대해 졸업은 물론 취직까지 학교가 책임지겠다"며 "취직이 안되면 4년간 받은 등록금을 학부모에게 환불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총장은 벌써 3년째 학부모를 상대로 이같이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환불을 요청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논산=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