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의 불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아들 건호(36)씨에게도 튈 조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2008년 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투자받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노씨가 동행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노씨의 연루 여부가 검찰 수사의 또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은데 이어 아들마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박연차 게이트는 그야말로 노 전 대통령의 가족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박연차 리스트'가 처음 거론됐을 때만 해도 노씨는 관심권 밖이었다.

동국대 화학과에 입학했다가 군 제대후 연세대 법대에 들어가 한때 고시공부를 했던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이던 2002년 공채로 LG전자에 입사했다.

대통령의 아들임에도 평범한 샐러리맨의 길을 걷는 듯 했다.

더욱이 2006년 9월 LG전자를 무급휴직하고 자비로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는 등 극도로 몸을 조심하는 처신을 해왔다는 평가도 나온게 사실이다.

노씨는 작년 10월 유학생활을 끝내고 LG전자에 복직했고, 올해 1월 미국법인 과장 발령을 받아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씨는 마음이 여려 돈을 줘도 받을 사람이 아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당선 다음날인 2002년 12월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평범하게 사는 선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과 검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위법 여부를 떠나 노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씨가 박 회장과 500만달러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노씨의 역할이 있었는지가 의혹 대상이다.

노건평씨의 사위인 연씨는 노씨와 사촌매제 지간으로, 비슷한 동년배로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월 노씨가 연씨와 함께 베트남을 찾아가 박 회장을 만난 부분이 우선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강하다.

건호씨는 이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0만달러 투자문제를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해외에서 어떻게 사업에 성공하는지 배우기 위해 박 회장을 찾아갔다"고 해명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사업에 뛰어든 연씨와, 한때 창업을 꿈꾸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노씨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노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베트남과 타이에서 연씨의 투자처를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고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500만달러의 실체가 노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이나 대선잔금이라는 의혹마저 나도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노씨의 역할론을 거론하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노씨와 박 회장의 관계도 주목을 끌고 있다.

노씨 스스로 2007년말 미국 스탠퍼드대 동문들과 실무 견학 차원에서 박 회장의 베트남 공장을 방문했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간단한 사이는 아니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정치권에서는 건호씨가 미국 유학 시절 박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건호씨는 "개인적으로 10원도 쓴 일이 없다.

한 푼 두 푼 주겠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 안받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은 노씨가 이번 일과 무관하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상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봉하마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연씨가 검찰에 출두해 500만달러의 성격이 순수한 투자였다는 점을 입증하면 노씨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점이 밝혀질 것"이라며 "노씨가 연씨와 친척관계인데다 비슷한 나이이다 보니까 여러 의심을 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