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문산 내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220m 길이의 U자형 방공터널이 베일을 걷어내고 시민들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대전의 남산’으로 불리는 보문산 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방공터널은 적의 핵공격이나 전쟁발발시 대피소로 이용하던 시설로 그동안 민간인 접근금지 구역으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왔다.

전체 면적이 6000㎡에 달하는 이 터널은 약 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방공대피 시설로 충남도가 전쟁 등 비상사태에 대비 1974년 설치한 이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지난 35년간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온 이 곳은 해마다 을지훈련시에만 충남도의 비상상황실로 활용돼 왔다.

평소에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는 터널 입구를 들어서면 높이 3m 정도의 긴 터널이 눈앞에 펼쳐지고 넓은 광장도 설치돼 있다. 터널내에는 가벽으로 둘러쳐진 수십개의 방들이 들어서 있어 전쟁발발시 충남도청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는 지하벙커로 변신이 가능하다. 터널안은 또 비상사태에 대비한 전기 및 용수공급 및 배수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지하요새를 방불케 한다.

대전시민들조차 있는 줄도 몰랐던 베일속의 이 지하벙커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 중구청은 그동안 보문산 지하벙커가 ‘충무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충남도의 전쟁대비 시설로 이용돼 왔으나 충남도청이 2012년까지 예산 홍성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구청측은 보문산 충무시설 시민휴식공간 조성을 위한 용역을 마치고 곧 본격 개발에 나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려줄 계획이다.

35년 만에 개방된 보문산 충무시설이 어떻게 개발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충무시설 앞 잔디광장이 시민들에게 먼저 개방될 예정이다. 중구청은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이달 말부터 충무시설 입구와 잔디밭에 대한 정비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충무시설 앞 광장을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잔디를 보존하고 주위에 철쭉 등을 심어 휴식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는 고사한 아카시아 나무가 방치돼 있는 상태다. 또 오랫동안 통제돼 단절됐던 등산로도 새로 정비하기로 했다.

터널내부는 이용방안에 대해서는 중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수렴한 결과 비밀정원, 공연장 등 문화예술 공간, 인형박물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현재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맡아 충무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구청은 조사결과에 따라 문화와 생태를 살리는 방향, 혹은 민자를 통한 상업적 개발 등 가닥을 잡아갈 예정이다.

이석훈 중구청 공원과장은 “공익성을 살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방향을 구상중”이라며 “민간 사업자의 개발계획 제안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