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 · 29 재 · 보궐선거 전주 덕진 전략공천자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사실상 내정한 8일 덕진구 한복판인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전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직 김 교수의 인지도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시민들은 정 전 장관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김근식 후보가 착실히 인지도를 높여나간다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휴대폰 액정화면이 파손돼 모래내 사거리(일명 정동영 사거리)에 있는 한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은 최모씨(32 · 과일행상)는 "전북에 정 전 장관만한 큰 정치인이 누가 있당가요. 그래도 그만한 인물이 없는디 전주에서 안 도와주면 그 분이 어디가서 손을 벌리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전주역에서 덕진까지 기자를 태워다 준 택시기사 박모씨(54)는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지난 정부 집권세력이 총체적으로 썩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며 "차라리 정 전 장관이 이번에 민주당 마크를 떼버리고 홀가분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공천 배제가 노 전 대통령 사건으로 전화위복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덕진구 진북동에 위치한 정 전 장관의 사무실에는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 그의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시의원 도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였는데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곤란한 듯 자리를 피했다. 사무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박모씨는 "정 전 장관이 결단하면 따르겠다는 지역 정치인들"이라고 귀띔했다.

정 전 장관에 대한 반감도 분명 있었다. 병원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은 오모씨(45)는 "전주에 해준 게 뭐 있다고 나오기만 하면 될 것처럼 행세하느냐"고 했다. 약사 한모씨 역시 "재선거를 하는 것 자체가 지역의 수치"라며 "누가 나오는지 관심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 교수를 전략 공천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 예비후보 지지자들은 '낙하산공천'이라며 거부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