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으로 대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해서 죄송합니다. "

6일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안양지점에서 '1일 상담원' 체험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진땀을 흘렸다. "생생한 도민 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지난 1월부터 1일 택시기사,1일 시장상인 체험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난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 앞에서 또다시 할말을 잃은 것.

"임대료 내고,종업원 월급 주고 나면 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슈퍼마켓 주인 심모씨),"하루 매상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떨어졌다"(식당 주인 연모씨)는 잇따른 하소연에 김 지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지사의 '현장체험'이 4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휴일에는 새벽 5시부터 안산에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 1월27일 수원을 시작으로 의정부,성남,고양,용인에 이은 여섯 번째 '1일 택시기사' 체험이다.

4일 주말에는 1일 상인체험에 나서 경기 최대 재래시장인 모란시장과 중앙시장을 찾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과일과 생선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크지 않은 목소리로 손님잡기에 열을 올렸다.

김 지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정치인 출신 도지사에게 '사심'이 없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 경기도 안팎에선 김 지사에게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비롯해 서울~경기도 통합 교통요금제 등 발로 뛴 흔적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김희겸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장은 "워낙 일정이 빡빡해 도지사 공관에서 밤을 이용해 결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김 지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천 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쌍용차 구조조정,성남 고도제한 완화,평택 미군부대 이전 등 하나같이 굵직한 난제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화성 전곡항의 해양레저 복합산업단지 조성사업은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신성장 동력이다. 김 지사가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현장 속으로 뛰어든 이유다.

김 지사의 민생탐방이 침체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를 회복하는 길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