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화내역 등 과거 로비의혹도 조사키로

청와대 김모 전 행정관의 성매매 의혹 사건이 업체의 성접대 및 뇌물 의혹 사건으로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 전 행정관과 술자리에 동석한 청와대 장모 전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전 과장을 성매매 혐의로 입건한데 이어 신 과장과 케이블 방송업체 문모 전 대외협력팀장을 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이로써 두 전직 행정관과 신 과장은 성매매 혐의, 신 과장과 문 팀장은 뇌물 혐의로 각각 입건된 상태다.

당초 김 전 행정관의 성매매 의혹에 국한될 것 같았던 사건이 방통위와 업체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 사건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의혹 1명→3명으로 = 경찰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모텔에서 A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는 김 전 행정관을 적발하고 성매매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행정관은 적발 직전 장 전 행정관과 신 과장, 문 팀장 등과 함께 유흥업소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모텔 현장에서는 김 전 행정관 혼자만 적발됐다.

하지만 문 팀장이 당시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술값이 18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술값의 절반은 이른바 `2차 비용'으로 지목되고 장 전 행정관과 신 과장도 성매매 의혹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부터 지난달 25일 김 전 행정관 등 3명을 모텔로 안내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2일 장 전 행정관과 신 과장을 성매매 혐의로, 문 팀장을 성매매 방조 혐의로 추가로 입건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 등 3명은 성매매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문 팀장 역시 술값 중 절반은 이전의 외상값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착관계'는 언제부터? = 경찰은 신 과장과 문 팀장을 뇌물 혐의로 입건하면서 `술자리가 부적절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문 팀장이 소속된 케이블 방송업체가 다른 방송업체와의 합병승인심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관계 당사자인 방통위 직원과 부적절한 자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한 공무원의 단순 성매매 의혹에서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비리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두 전직 행정관의 경우, 업무성격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수수 혐의는 일단 피했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입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경찰은 2명의 전직 행정관이 신 과장의 소개로 문 팀장을 처음 만났다는 당사자들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술자리 참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들의 입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신 과장과 문 팀장의 친분관계를 주목하고 사건 당일 뿐 아니라 과거의 로비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술자리 참석자들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한편 문 팀장이 술값을 지불할 때 사용한 회사 법인카드의 최근 3개월치 사용내역을 확인하는 등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 케이블 업체에서 청와대 전 행정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포착되면 업체 관계자들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