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공간은 건축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종교적 특성과 시대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전통양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그 어떤 건축물보다 예술성이 뛰어나고,공간에 대한 신비성이 탁월하다. 이로 인해 종교건축은 항상 시대를 담아내는 역사적 기록물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종교건축은 인간의 삶과 문화가 담긴 잘 쓰여진 한 권의 역사책이다.

20세기 이후 모던 건축시대의 종교건축은 그 이전과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명작 '빛의 교회'에 이르러 21세기 종교건축은 확실한 성격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빛과 스케일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종교공간의 신비로움을 만들어낸다. 20세기 이전 종교건축이 건물의 크기와 장식으로 공간의 엄숙성을 드러냈다면,21세기에는 이처럼 자연 요소와 공간 자체의 어울림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따라서 현대 종교건축은 공간의 크기와 관계없이 공간의 조화를 통해 신성한 느낌이 우러나도록 지어지고 있다. 연희동 중앙교회 디자인도 이런 추세에 충실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이 교회는 신축 건물이 아닌 한 예술가의 작업공간을 예배당으로 바꿔 더욱 눈길을 끈다.

교회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작행위가 이어졌던 곳이었다. 그런 장소가 한 디자이너의 상상력으로 엄숙하면서도 경이로움이 묻어나는 정갈한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건물은 원래 작고 뭔가 어눌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걷어낸 뒤 깔끔하고 조용하게 바꾸기 위해 내부 색채를 순백색으로 채웠다. 순백의 색채는 가늘게 쏟아지는 햇빛을 지하공간까지 남김없이 흘러들게 해준다. 목회자가 말씀을 전하는 단상도 군더더기 없는 백색 천으로 처리했다. 담백하면서 신비로움이 묻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요즘 현대식 교회들이 엄숙함을 강조하기 위해 짙은 갈색류를 많이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교회가 되기 전 이곳은 유명 건축가인 김인철씨가 만들었던 설계 작업실로 30년 동안 사용돼왔다.

요즘 교회공간은 예배와 기도의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친목 · 교육 등 다양한 용도의 복합공간으로 활용된다. 종교건축도 이처럼 세월 따라 변하면서 그 기능에 의해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큰 성전신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성전 건축에 나선다. 일부는 급하게 서둘다 보니 성전 건축의 본질인 고요함 · 신성함 · 엄숙함 등을 놓치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 어떤 곳은 상업용 건축물과 유사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연희동 중앙교회 리모델링 공간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강렬함과 화려함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종교공간 본질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교회 기도실의 구부러진 백색 벽면을 타고 흘러드는 화사한 햇살이 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장순각 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