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일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이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해 당사자 간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공식 반응을 자제하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500만달러의 성격에 대해 무성한 추측이 제기되며 의문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먼저 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달러의 출처와 이 돈의 최종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박 회장의 '비자금 저수지'인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콩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APC 계좌에서 빼돌려진 685억원 이상 부분에 대한) 자료가 곧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이며 이를 박 회장의 진술과 맞춰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수사가) 생각보다 그렇게 빨리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돈이 APC에서 흘러나와 연씨에게 들어갔다는 박 회장의 증언을 확보하고 연씨가 밝힌 자금의 용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연씨는 500만달러의 절반을 외국 현지 창업투자사에 투자했다고 앞서 밝혔다. 그러나 연씨는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회사를 세운다며 자금을 빌렸다. 또 차용증 등을 제대로 작성하지도 않고 구두로 5년 투자약속을 받았다는 점에서 실제 투자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이 연씨를 '중개인'으로 내세워 박 회장이 어떤 목적으로든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를 퇴임 전에 알았다면 직무상 포괄적 뇌물수수죄 등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소환 또는 서면조사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박 회장과의 돈 거래 외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007~2008년 봉하마을 개발을 목적으로 세운 법인 ㈜봉화에 투자한 70억원과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홍 기획관은 "대전지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지만 의미있는 건 아직 안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강 회장과 함께 박 회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퇴임 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출국금지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 편의를 봐달라며 뇌물 1억원을 받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2004년 12월 부산 L백화점에서 상품권 50만원권 600장(3억원어치)을 2억8200만원에 구입하고 이 중 200장을 박 전 수석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나머지 상품권 일부가 또 다른 정 · 관계 인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우윤근 김우남 민주당 의원,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 10여명의 후원금 내역을 요청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김무성 의원과 권경석 의원은 클리어(혐의를 벗음)됐다"며"나머지 관련자들도 상당부분 클리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