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된 가요 '황성옛터'를 부른 가수 이애리수(李愛利秀)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이씨는 지난해 경기도 일산 백송마을의 한 아파트형 요양시설에서 간병인과 자녀, 손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고령인 탓에 지난달 26일부터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입원해왔다.

한국인 왕평이 작사하고 전수린이 작곡한 '황성옛터'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을 담은 가사와 구슬픈 곡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황성옛터'는 고려 옛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의 쇠락한 모습에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빗댄 가사 덕분에 조선총독부의 압력에도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 국민가요가 됐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못 이뤄/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1절),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아 가엽다 이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메여 있노라"(2절)
이 노래는 1928년 단성사에서 열린 극단 취성좌(聚星座) 공연의 막간 무대에서 18세 가수 이애리수의 노래로 처음 소개됐고, 1932년 빅터레코드에서 '荒城의 跡'이라는 음반으로 발매된 후 당시로는 대단한 물량인 5만장이 팔렸다.

본명이 이음전(李音全)인 이씨는 개성에서 태어나 9세에 극단에 들어가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다 18세에 '황성옛터'를 처음 불렀고 1932년 음반 발매 후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2세에 연희전문학교 재학생이던 남편 배동필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지만 집안에서 반대하자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혼, 2남7녀를 낳아 기르면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씨의 빈소는 경기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용인 가톨릭공원묘지이다.

유족으로는 장남 배두영 씨 외에 7녀가 있다. ☎ 031-787-1507.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