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87)은 31일 이런 말을 되뇌였을지 모르겠다. 신 회장의 꿈이자 14년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 프로젝트가 마침내 길고긴 난관을 뚫었다. 서울공항 비행 안전 문제로 논란을 거듭했던 이 사업은 정부가 이날 최종 허용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연내 첫삽을 뜰 수 있게 됐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짝수달에는 일본에 체류해온 신 회장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위권 초고층 건축물


제2롯데월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 맞은편의 8만7182㎡(2만6372평)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18만3900평) 규모로 들어선다. 112층 높이(555m)의 슈퍼타워와 8개동의 저층부(3~11층)로 이뤄진다. 저층동에는 명품관(에비뉴엘)을 비롯한 다양한 쇼핑 · 문화 · 레저시설이 들어선다. 슈퍼타워에는 250개 객실을 갖춘 6성급 호텔 등이 입주한다.

오는 2014년 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하는 100층 이상 건축물이다.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이내의 초고층 건축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완공되면 외국 관광객만 연간 150만여명,연간 외화 수입은 2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조원의 사업비 가운데 10억달러가량은 외자유치로 조달할 방침이다. 신 회장도 사재를 털어 적지 않은 금액을 사업비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지어지나


제2롯데월드 건축에는 최첨단 공법이 동원된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독일 푸츠마이스터가 개발한 장비에 자체 콘크리트 배합 신기술을 동원해 550m 높이까지 콘크리트를 쏘아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위성 자동위치측정 시스템(GPS) 측량기법도 도입할 계획이다.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빌딩으로 지어진다. 무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직형 풍력발전기가 112층 옥상에 설치된다. 건물 고층부의 외벽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를 설치,태양광 에너지로 온수와 난방을 공급할 계획이다.

◆남은 절차와 문제점은


서울시의 행정절차만 남았다. 제2롯데월드를 착공하려면 서울시에 건축계획과 설계도면을 담은 건축심의 신청서를 내고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종 허가까지 5~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교통영향평가는 이미 지구단위계획 심사 때 통과했기 때문에 절차가 다소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최종 허용 결론에도 불구하고 비행 안전과 성남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행 안전 부실 검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남시 재건축 · 재개발연합회 관계자는 "같은 서울공항 주변인데도 비행기 이 · 착륙 지역에는 555m짜리 초고층 빌딩 건축을 허용하면서 193m의 영장산이 있는 성남지역에는 45m의 고도제한 족쇄를 채워 놓고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건호/박수진/송태형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