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구치소에서 박연차 회장을 면담하고 나온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사무실(안민종합법률사무소)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박 회장이 이 와중에도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발전소 공사 수주가 무산될 것을 염려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박회장은 베트남 전체 전력의 25%를 생산할 수 있는 240만㎾급 초대형 발전소 공사 수주를 추진 중이다. 이는 25년 동안 매년 8억3000만달러어치의 전기를 베트남에 팔 수 있는 규모의 발전소다. 박 회장은 "가계약까지 맺어 얼마 안 있으면 베트남 총리도 오기로 했는데"라며 눈물을 떨궜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또 "박 회장은 자신의 구속으로 태광실업의 신발 사업이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신발업체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15% 가까이 점유하면서 베트남 공장에서 1만7000명,중국 칭따오에서 1만명을 고용해 생산하고 있는데 이 OEM이 끊길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수감생활에 대해서는 "병색이 뚜렷하고 심장과 혈압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며 "구치소 내 병실에 있는 것 같았다"고 박 변호사는 덧붙였다. 박 회장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심신이 지치고 기력도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박 변호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 털어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내가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박 회장에게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해명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의 변호를 맡기로 하고 31일 오전 변호사 선임계를 대검에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미네르바' 박모씨를 접견하다가 우연히 박 회장과 조우했는데 그쪽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후 매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었고 변호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 변호는 기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안민종합법률사무소 두 곳이 함께 맡게 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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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는

2007년말 법인 해산
'페이퍼 컴퍼니' 분석도


박연차 회장의 해외 비자금 창구로 지목되고 있는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 APC(Asia Pacific Company)는 2002년 태광산업과 베트남 현지법인인 태광비나의 물품 구매와 중개무역 등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홍콩 소식통들은 파악하고 있다. 박 회장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했지만 태광 미국법인의 대표이사인 미국 국적자 조모씨 등이 대주주로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상거래나 생산활동을 하기보다는 서류상 거래에 치중하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분석도 있다. APC는 2007년 말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인 해산 절차를 밟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