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관철돼야 위기의 민주노총이 개혁된다. "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정치화 · 관료화한 민주노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1일 '위기의 민주노총,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사단법인 시대정신의 홍진표 이사는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단위 조합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혁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사실 리더십의 실체가 불분명하고,거대해진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이 자체적인 혁신을 달성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이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제도와 정책 수단이 민주노총 개혁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안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는 노조 전임자에게 조합비가 아니라 회사 측이 급료를 지불하다 보니 노조 전임자가 늘어나고 노조가 권력화 · 관료화하기 시작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국내 노조 전임자 1명당 근로자 수는 149명으로 미국(800~1000명)과 유럽연합(EU · 1500명)은 물론 일본(500명)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상 전임자를 98명까지 둘 수 있지만 관행상 일을 안하는 기간제 전임자까지 포함하면 214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홍 이사는 "조합비에서 전임자의 급료를 주어야 한다면 조합원의 이목이 두려워 전임자를 많이 둘 수 없다"며 "소규모 회사에서도 '노조 집행부는 전임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운동의 변화를 기대하려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함께 복수 노조 허용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는 "잘못된 노동운동 노선에 더해 조직 내 계파 간 주도권 싸움까지 빚고 있는 민주노총은 개혁의 대상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 상태"라며 "내년 1월 복수 노조가 시행되면 강경파와 온건파는 서로 제 갈길을 갈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으로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윤 기자는 "민주노총은 국민파와 중앙파 현장파가 서로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양상인 데다 지하철 노조들은 제3노총을 추진하며 복수노조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자칫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토론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자기를 성찰하고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강력한 개혁이 없으면 글로벌과 변화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운동의 전략과 대상,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조중근 장안대 교수는 "전향적 입장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안을 받아들이고 당면한 국난 극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당국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집행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 이사는 "정부의 느슨한 대처로 인해 기업들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는 경향을 보여 온 게 사실"이라며 "노사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도 정부가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