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맞는 금요일이 특별한 이유는 남편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결혼 15년째인 우리 부부는 함께 생활한 몇 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주말 부부다. 나의 잦은 인사 이동 때문에 가족들이 남편의 직장과 시댁이 있는 광주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평검사는 2년에 한 번,부장검사 이후는 1년에 한 번 인사 이동이 있기 때문에 서울 · 경기권에 발령받은 일부 검사를 제외하고는 주말 부부로 생활하는 검사들이 많다. 보통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므로 주말 부부는 아빠가 홀로 생활하다가 주말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 부부는 그 반대다. 매주 금요일이면 내가 가족들이 있는 광주로 가고,월요일 새벽에 다시 서울로 상경하곤 한다. 일요일 밤에 돌아오면 피곤함은 덜하겠지만 헤어질 때 가족들의 서운한 눈망울이 아른아른 잔상으로 남아 내내 마음이 울적하기 때문에 대개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집을 나서는 것이 낫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평생을 같이해도 부족할진대 주말에만 만나야 하는 주말 부부의 불편함과 적막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불 꺼진 아파트에 들어가기 싫어 근처 노래방에 가서 홀로 울부짖다시피 노래를 불렀다는 누군가처럼 빈 아파트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집안에서의 역할을 고려하면 특히 아내,엄마의 빈 자리는 더욱 클 것이다. 지금은 중학생이 돼 훌쩍 커 버렸지만,아이가 어릴 때는 거리를 지나는 초등학생만 봐도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또 남편이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양복에 어울리지 않는 셔츠나 넥타이를 매고 출근한 것은 아닌지,아내의 빈 자리를 술잔으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주말 부부라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에 전념할 수 있다.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등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또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시처럼 늘 그립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상처 주는 말을 자제한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주말 부부의 경우에는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주말에는 서로 개인적인 약속을 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함께 지내는 편이다. 토요 휴무제로 이틀이나 되는 휴일이지만 우리에게 그 이틀의 시간은 언제나 짧고 안타깝기만 하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가족의 직장이나 학교가 외국에 있어 1년에 몇 번 만나기 어려운 기러기 아빠나 연말 부부에 비하면 넘치게 행복하지 않은가. 모든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주말 부부의 척박한 삶이 아닌 주중 처녀(?)의 활기 찬 삶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주말의 신혼여행(?)을 기대하면서 씩씩하게 또 한 주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