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대전)에 내려 와서 고장난 휠체어들 사진 좀 찍어가시면 안 되나요?"

지난달 18일 장애인 전동휠체어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줄줄 샌다는 기사(본지 3월18일자 A13면)가 나간 후 기자에게 대전 · 부산 등지에서 관련 업체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대전에서 전동휠체어 유통 · 수리업을 하는 박관영씨는 "작년 한 해 동안 장애인들이 쓰다가 고장나 우리에게 버려달라고 요청한 전동휠체어만 50대"라며 "창고에 고스란히 쌓여 있으니 와서 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판매되는 중국 · 대만산 제품 중 15~20%는 6년 내구연한은 고사하고 2년이 안 돼 고장이 난다"며 "올해만 벌써 8개를 수거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장애인 전동휠체어가 자주 고장나는 이유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악용하는 업체들이 싼 중국산을 수입해 팔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살 경우 구입가의 80%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은 업체들은 중국 등에서 품질이 낮은 수십만원짜리 전동휠체어를 수입해 200여만원에 판다.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산 제품은 공격적으로 전화 마케팅을 하는 수입업체들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장애인들이다. 한번 전동휠체어를 사면 내구연한으로 규정된 6년 동안 타고 난 다음에야 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중국 · 대만제품들은 2년도 못 가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튼튼한 제품을 공급해야 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불량 전동휠체어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작년부터 '검증된' 45개 모델을 선정해 이들에만 지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정작 문제를 일으킨 '내구성'항목은 빠졌다. 이유는 전동휠체어가 '의료기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검증을 맡아서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약청은 기본적으로 내구성보다 안전성을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45개 모델 중 31개가 중국 · 대만산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곧 '다리'라는 점을 깊이 생각했다면 내구성을 선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우를 범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