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7번 문항 놓고 수험생-평가원 대립

지난해 실시된 2009학년도 초등 임용고사에서의 출제 오류 논란이 수험생들의 집단 소송으로 번졌다.

임용고사에 응시했던 수험생 87명은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부당한 불합격 처분에 불복해 최근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에 각각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청구했다"고 31일 밝혔다.

소송 대상이 된 문항은 지난해 11월2일 치러진 2009학년도 공립 유치원ㆍ초등학교ㆍ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의 수학 17번 문제다.

확률과 통계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5개의 보기 가운데 옳은 것을 고르도록 한 이 문제는 `나와 동생은 흰공 2개와 검은공 3개가 들어 있는 주머니에서 공을 한 개씩 뽑아 흰공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을 했어. 뽑은 공을 다시 넣지 않아도 누가 먼저 뽑든 공평한 게임이야'라는 내용의 보기를 제시했다.

평가원은 이 보기가 옳다고 기술한 ③번을 정답으로 발표했지만, 수험생들은 "보기에서 게임의 방법이 불분명하게 진술돼 있어 해석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문항을 출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해 왔다.

평가원으로부터 문항 검토 의뢰를 받은 대한수학회 등 관련학회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흰공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어떤 경우에 이기는 것인지 명확지 않아 정답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평가원에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원은 정답과 문항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지난 1월 말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일부 낙방한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1.4점짜리인 해당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모든 답을 정답 처리했더라면 합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억울해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수험생 대부분은 근소한 점수 차로 합격선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대한수학회 등 공신력 있는 학회가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평가원이 묵살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수험생은 "평가원에 대한수학회로부터 받은 의견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도 했지만 거절당했고 평가원은 17번 문항의 정답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독불장군 같은 평가원의 태도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당시 정답은 대한수학회뿐 아니라 교육평가학회 등 여러 학회,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 것이고 평가원의 해석이 맞다고 인정한 학회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주어진 보기 내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분명히 답이 있는데도 모든 답을 정답으로 처리하라는 수험생들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