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과 이 대리에게 인턴은 계륵 같은 존재다.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가르칠 이유가 없다. 힘들게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 줄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함부로 대했다가 구설수에라도 오르면 자기만 손해다. 그러다보니 인턴은 소 닭보듯 하는 것이 최고라는 직원들도 흔하다.

인턴들도 이런 무관심을 그대로 느낀다. 일도 가르쳐 주지 않고 시간만 때우라는 식의 분위기를 떨쳐내기 힘들다. 상당수 인턴들이 중도 하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인턴들은 자기의 반면교사다. 자신의 리더십을 측정해 볼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턴들을 이끌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실험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괜찮다.

방담에 나선 인턴들은 가장 선호하는 선배로 '멘토같은 선배'를 꼽았다. 업무든,사적인 고민이든 친절히 상담해 주는 선배가 최고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업무 지시를 받으러 가면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주는 선배가 고마웠다"고 입을 모았다. 진정한 리더는 역시 인간적인 모습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걸 인턴들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신뢰할 만한 선배들도 인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한 인턴은 "선배 사원이 실수를 했는데 팀장이 이를 슬기롭게 덮어 주는 걸 봤다"며 "그후 선배 사원은 더욱 열심히 일하더라"고 전했다. 팀장이 보내준 신뢰는 선배 사원에게도 영향을 미쳐 인턴들에게도 더욱 다정다감해졌다고 한다.

인턴들은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방임적인 선배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뒤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리는 '권위형 선배'나 인턴들이 뭐하는지 나몰라라 하는 '방임형 선배' 모두 비슷한 부류라는 게 이들 생각이다. 이는 언젠가는 한 조직의 리더가 될 직장인들이 한 번쯤 되새겨볼 지적이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무조건적인 권위만으로 이끌어서도,그렇다고 모든 걸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버려둬서도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턴들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원들도 부정적인 선배의 모습으로 꼽혔다. 이는 어떤 조직을 이끌 때 부하 직원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걸맞은 업무를 시키는 리더가 존경받는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