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량관리원 KTX 정비에 '땀방울'

"아직도 금녀(禁女)의 영역이 있나요? 실력만 있다면 남녀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차량기지)에는 특유의 섬세한 손길로 KTX 정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 차량관리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400여명의 남성 차량관리원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육중한 KTX를 살피는 여성 차량관리원은 신미경(39), 이수연(27), 신미영(27), 안은실(31) 씨 등 4명.
이들은 4월 1일 개통 5주년을 맞는 KTX가 오늘날 국민의 빠른 발로 자리잡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해왔다.

한국철도대학 차량기계과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입사한 이수연(27) 씨는 "학생 때부터 공학을 워낙 좋아해 현장에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며 밝게 웃었다.

기계팀 주기과에서 KTX 차축점검을 담당하고 있는 이 씨는 "무거운 모터를 옮겨야 할 때처럼 물리적인 힘이 필요할 때는 남자동료의 도움이 필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순환근무체제이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혼자서 주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에서도 같은 과 28명의 학생 가운데 홍일점으로 생활해 남성들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자랑했다.

물론 초기에는 편견을 가진 시각도 있었다.

고속중수선팀에서 차량 부품교체 업무를 맡고 있는 안은실 씨는 "똑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직원 보다 공정이 늦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선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차량정비가 결국 기술로 승부하는 곳이라 실력만 있다면 남녀차별이 없다"고 밝혔다.

32살 되던 해 수능시험에 재도전해 철도대 차량전기과를 거쳐 입사한 신미경 씨도 "여성이 남성 보다 꼼꼼하다는 점에서 차량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정비업무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모터의 균열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탐사 등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일을 할 때는 섬세함을 가진 여성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기술은 회사 밖 일상생활에서도 빛을 발한다.

안은실 씨는 "전자기기에 이상이 있을 때 대충 감을 잡고 어떤 부품이 고장났는지 알아내면 주위 사람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세계 5번째 고속철도인 KTX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이수연 씨는 "한번은 친구들과 부산으로 놀러가려고 서울역에 갔는데 마침 들어오는 차량이 전날 직접 검수했던 차량이었고 그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데 황홀했다"고 회상했다.

안은실 씨는 "올해 8-10년 된 KTX차량을 전담하는 중수선 차량기지가 새로 들어설 예정인데 앞으로 실력을 갈고 닦아 중수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인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내 손을 거친 KTX가 시원하게 달릴때 마다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안전모를 쓰고 다시 일터로 향했다.

(고양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