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되지 않은 새 인물 가능성 커

여의도 정가를 겨냥한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현역 의원이 잇따라 소환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발 '폭풍'이 어디로 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8일 소환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박 회장의 로비 수사로 서초동 대검 청사를 밟은 현역 의원 가운데 세 번째.
민주당 이광재 의원으로 시작한 소환조사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거쳐 서 의원에게로 넘어가면서 검찰의 칼끝이 다음엔 누구를 겨눌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우(右) 광재'로 불렸던 이 의원은 물론 서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의 `386 핵심참모' 중 한 명이었고 박 의원 역시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꼽히는 여권 내 중진으로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 인물이어서 이후 소환자들에게도 자연스레 관심이 옮아가는 것이다.

게다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수사 초반 소환하는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상당한 증거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커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다음 소환자는 여의도 정치권과 증권가에서 떠돌았던 `박연차 리스트'에서 그동안 거명된 인물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지만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사가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된 데 이어 박 의원이 소환되는 등 그동안 리스트 바깥의 인물이 속속 등장한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환된 현역 의원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대검 중수부의 `그물망'에 걸린 정치인들이 여ㆍ야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남은 소환자들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비율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현역 의원 1~2명에 대해 29일 출석하라고 통보를 했지만 해당 의원들이 국회 의사 일정이나 개인적인 사유 등을 들어 연기 요청을 해와 조사 일정을 다시 협의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29일 나오기로 한 의원도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의원들에 대한 조사나 사법처리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가급적 이달 말까지 조사하고 내달 중순부터는 2단계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초기 구속한 인사들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 기소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다음 주는 새로운 인물을 체포하거나 하지 않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증거자료를 보강하는 작업에 몰입할 방침이다.

2단계부터는 박 회장을 정치인 여럿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박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 및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박연차 리스트'를 둘러싼 회오리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