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문제는 천문학적 금액의 마약을 사들이는 미국의 책임이 큰 만큼 미국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 "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마약과 전쟁에서 미국의 보다 비중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미국의 불법 마약에 대한 끝없는 수요가 마약 거래 증가의 원인이었다"고 인정하며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멕시코와 미국 정부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멕시코 마약조직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공조에 나섰다. 양국의 공조가 없으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칼데론 대통령은 2006년 12월 취임 직후 "2012년까지 마약조직 범죄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하며 지난 2년간 군인 4만5000명과 64억달러를 쏟아부었으나 마약 관련 범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멕시코에선 지난해에만 마약 관련 범죄로 70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이는 전년보다 약 세 배 늘어난 것이다.

피해자 중 200여명은 목이 베이거나 시신이 토막난 채 발견돼 그 잔혹성에 치를 떨게 만들고 있다. 올 들어서도 10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경찰 시장 기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4대 마약 조직인 걸프,티후아나,후아레스,시나롤라가 마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마약조직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15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마약업자 호아킨 구스만은 재산이 10억달러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세계 부자 701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런 멕시코 마약조직의 폭력범죄가 국경을 넘어 북상하고 있다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주 등에서 미국 내 마약거래상들 간 목숨을 건 혈투가 시작돼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멕시코 마약조직이 존재하는 미국 내 도시는 230개로 3년 전 100개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멕시코 마약조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과 멕시코 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멕시코는 마약 생산 유통의 중심지이며,미국은 마약 최대 소비지이고 또 마약 조직들의 무기 공급처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90%,전체 마약의 60%가 멕시코를 통해 밀수입되고 있다.

이를 통해 100억~35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미국에서 멕시코 마약 조직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멕시코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 자금으로 마약 조직들은 미국에서 자동소총 수류탄 등 각종 무기를 밀수입해 무장하고 있으며,그 전투력은 군대와 맞먹을 정도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 국토안보장관은 "마약-돈-총기의 3대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1억8400만달러를 국경 밀수 단속에 투입하기로 했으며,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등도 마약 거래 차단에 나섰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클린턴 장관도 의회가 총 7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멕시코에 8000만달러 규모의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제공하는 등 무기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내에서 군사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하겠다며 무기 밀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음 달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에서 멕시코 마약 조직 문제 해결에 어떤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