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6일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30분께 수사관의 손에 양팔을 붙들린 채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데 재판 과정에서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심경을 밝혔다.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많은 부분에 소명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면 양쪽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긴 터널로 들어가지만 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의원직 사퇴 결심에 변함이 없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청와대를 그만둘 때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더니 결국 수리됐다.

정치인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는 또 10월 보궐선거가 가능하도록 늦지 않게 사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행정적인 업무를 맡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자의 한마디는 중천금"이라며 "사퇴서를 제출하면 여의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사퇴 배경을 묻는 말에는 "내일 글로 남기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긴 시간 많은 생각을 하며 올라갈 것보다는 언제 내려갈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라며 "여의도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수사관들에 이끌려 영등포구치소로 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