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박연차 돈세는 법도 다르다
"2005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갑 선거구에 출마한 이정욱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5천원짜리 10장을 전달했습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 중앙수사부 소속 수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진술에 어리둥절해졌다.
이 후보에게 5만원을 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연차식 돈 세는 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해프닝.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박 회장은 '큰손'답게 5천만원은 `5천원', 1만달러는 `1만원'으로 표현했다.
특히 정ㆍ관계 주요 인사에게 `닥치는 대로' 뇌물과 정치자금 등을 뿌린 박 회장으로서는 구체적 액수를 숨길 수 있는 혼자만의 은어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그의 화법에 따르면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미국 뉴욕 한인식당에서 `5만원'(5만달러)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셈이다.
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천원 짜리 4장(2억원)을 받은 혐의로,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은 5천원 짜리 10장(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특히 수사 초기에는 이런 식의 진술에 익숙하지 않아 계산하고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는 신문조서도 5천만원이 5천원으로, 1만달러가 1만원으로 기재돼 있어 검찰이 송 전 시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를 상대로 보강 설명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에게는 이런 표현법이 이미 입에 밴 것 같다.
상당히 특이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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