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경남과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 주요 수사 표적으로 떠오르자 경남 정.관계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졌다.

최근 경남지역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는 정치인과 전직 관료 등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산 사실이 밝혀지면서 잇따라 구속되거나 체포되자 지역에서는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지난 20일 구속된 데 이어 같은 혐의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지낸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23일 검찰에 체포됐다.

또 여러 정치인에게 박 회장을 소개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의 정.관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최철국(김해을) 의원측은 "김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비롯해 워낙 '거물'이 많아 나는 박 회장에게는 '왕따'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며 금전수수 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 도당 관계자는 특히 "박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이정욱 씨가 공천됐던 2005년 4월30일 재보선 당시 박 회장이 자신의 둘째 딸을 공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최 의원 측이 거절해 사이가 더 나빠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창원갑 권경석, 김해갑 김정권 의원 등의 실명이 언론에 거론되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본인들이 부인하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이 곳 주민들은 한때 돈과 권력의 힘을 함께 가졌던 박연차 회장의 위상 등을 고려해 볼 때 "적잖은 지역 정치인들이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수사가 장기화 될 경우 지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하루 빨리 수사가 매듭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해시 안동에 있는 태광실업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은 취재진의 전화에 일절 응대하지 않고 있다.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구속되자 김해시 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해시는 특히 현직 시장이라는 이유로 김종간 시장의 이름까지 거론되자 박 회장이 베트남 공장 건설 후 초기에 시 관계자들의 현지 방문을 주선해 온데다 장학금을 수차례 내놓아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을 것이란 항간의 추측과 시선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검 수사관 5~6명은 김해지역에 상주하면서 태광실업 등을 오가며 검찰의 지시를 받아 수시로 압수 수색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대검으로부터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김맹곤 전 의원 등 4명의 정치자금 회계 보고서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김해.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김영만 기자 b940512@yna.co.kr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