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시학원생 약 10% 해외대학 출신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올해 미국 동부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박모(24.여)씨는 최근 10여 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법조인을 꿈꾸며 미국 로스쿨행을 모색하던 박씨가 국내로 방향을 튼 데는 무엇보다도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설이 큰 이유가 됐다.

고환율과 연간 4만달러에 달하는 학비도 고민거리였다는 박씨는 "미국 로스쿨을 나오면 미국 변호사를 하는 것 외에는 옵션(선택)이 적지만 한국에서는 변호사뿐 아니라 검사, 판사에 다 지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로스쿨 도입과 고환율에 따른 유학비 부담 증가 등의 여파로 해외 유학생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역(逆) 유학'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3일 로스쿨 입시 대비 전문 학원에 따르면 최근 들어 로스쿨 대비 종합반 수강생 중에서 해외 유학을 한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안팎으로 늘었다.

역삼동에 있는 한 로스쿨 학원의 경우 현재 종합반을 듣는 수강생 50명 중 4명이 해외 유학파다.

지난 한 달간 300여 명이 로스쿨 관련 상담을 해 왔는데 이 중 외국 대학을 나온 이들이 15명 정도였고 대학원을 수료하고 온 이들까지 합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강남역 인근의 또 다른 학원에도 로스쿨 대비 종합반 수강생 80명 중 5명이 해외 대학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학원 관계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유학생도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만 준비하면 되니까 조금은 쉬우리라 생각하고 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여름 귀국해 LEET에 응시할 계획이라는 박씨는 "만약 여전히 사법고시를 봐야 한다면 당연히 (사법고시가 없는) 미국 로스쿨을 갔을 것"이라며 "유학 후 2년 이상 사법고시를 홀로 준비하기가 꺼려졌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개원한 로스쿨의 첫 입학생 중 해외 대학 출신자의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역유학 바람'이 불면서 앞으로는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최종 합격자 1천997명 중 22명이 미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외국 대학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로스쿨 합격생 150명 중 7명이 미국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코넬대 등 해외 대학 학부 졸업자다.

호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고 올해 충북대 로스쿨에 입학한 김모(24.여)씨는 "한국을 위해 일하려면 한국을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해외 로스쿨을 나오면 한국법과 실정을 잘 모를 것 같아 국내 로스쿨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로스쿨 학원 관계자는 "현재 해외 변호사 자격증으로는 국내 소송 대리권이 없고 활동이 제한돼 있어 유학파들이 국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국내 로스쿨행을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이유경 기자 hanajjang@yna.co.kr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