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착수 8일만에..중요자료 없앤 듯

경찰이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30)의 소속사 옛 사무실 건물을 22일 압수수색, '접대 장소'로 사용됐는지를 확인중이다.

지난 14일 성상납 강요 등의 내용이 적힌 장 씨의 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경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 지 8일만이다.

압수수색도 모 스포츠신문이 이 건물이 로비장소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지 하루 가 지난 시점으로 경찰 수사가 언론 보도를 확인하는 뒷북 수사에 머물러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 삼성동 주택가의 이 건물은 토지와 건물 등기부등본, 주민 진술 등에 따르면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가 2005년 7월 1일 매입, 2006년 2월 22일부터 1층을 와인바로 2층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이어 2007년 10월 17일 3층을 증축해 침실 용도로 썼다.

현재 2층 사무실은 영상제작관련 업체에게 임대됐지만, 1층 와인바와 3층은 그대로 남아 있다.

1층 와인바는 지난해 9월까지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인근 한 주민은 "가끔 김씨가 외제차를 탄 사람들과 몰려와 새벽까지 파티를 열곤 했다"면서 "지금 언론 보도에 나오고 있는 '접대'가 이뤄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는 한 주민은 "건물 3층의 사무실에는 큰 침대가 하나 놓여 있는 등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경찰도 3층에 침대와 욕실이 있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장자연 자살 이후 김 씨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사람이 '심부름 왔다'며 한번 들러 무엇인가 들고 나가는 것 같았다"며 "그 사람이 뭘 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경찰수사에 대비, 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미리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소속사 옛 사무실 건물에서 뒤늦게 컴퓨터 1대 등 201점을 압수, 접대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조사중이지만 성과를 거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씨 사무실은 이전된 걸로 알고 있었고, 전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해야 할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장 씨 자살 후 전 매니저와 일부 언론이 문건 존재를 보도하며 의문을 제기했지만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잠정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하려다 지난 13일 방송이 성상납 강요 등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자 뒤늦게 자살 동기 수사에 착수했다.

또 모 방송사의 문건 입수경위가 경찰이 확인한 바와 다르다고 발표했다가 입수장소인 전 매니저 기획사사무실 빌딩의 CCTV를 분석, 방송사의 입수 경위가 사실과 같은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방송사에 유감을 표하는 등 수사는 언론을 따라가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 17일에야 사건의 핵심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고, 같은날 유족의 고소를 접수한 뒤 전 매니저 유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한발 늦은 수사로 일관했다.

이번 사건 특성상 연예기획사, 또는 연예 종사자들이 경찰에 알리기보다 연예 분야 언론인들과 먼저 접촉하고 경찰은 변사사건울 처리하며 자살, 타살 여부에 초점을 맞추느라 자살 동기에 집중하지 못해 문건이 밝힌 강요 행위의 실체 수사가 늦어진 점은 짐작이 갈만 하다.

그러나 장자연 문건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문건 입수와 자살 동기 수사에 좀더 신속히 대응하지 못함으로 며칠째 수사가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건이 밝힌 성상납 등 강요 행위의 존재 여부, 강요 행위에 동원된 인물, 그들 사이에 벌어진 행위, 행위의 범죄 구성요건 충족 여부 등을 밝히는 일은 모두 경찰의 몫으로 남았다.

문건에 공개된 내용과 언론 보도가 사실인지, 그것이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 범죄 행위라면 누가 처벌받아야 하는지 등이 경찰 수사로 명확이 규명될지 관심이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김동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