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형편이 어려워 정부 지원금을 받는 서울의 공립 여자고등학교가 교내에 학교운영비로 골프연습장을 지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골프연습장은 학생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사실상 교사들의 `취미생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불만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공립 Y여고는 지난해 8월 말 학교운영비 2천140여만원을 들여 교내에 138㎡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초 1천580여만원의 시설비 예산을 자연과학부, 예체능부, 행정실 수리비용 등으로 책정했다가 그해 7월 갑자기 결정한 골프연습장 건설을 위해 시설비 지출 잔액 700만원에 1천600만원의 다른 예산을 보탰다.

학교 측은 골프장 건설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학교운영비 중 학생복리비, 교사학습활동비, 공통운영비 등을 끌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서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로 지정돼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억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다.

이 돈은 "지역·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의 저소득층 및 차상위 계층 자녀들에게 교육기회의 폭을 넓혀 주고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골프연습장 조성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장차 골프를 교내 체육 종목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골프연습장 건설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체육교사는 "골프가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뿐더러 아이들에게 고급스포츠를 경험하게 하려는 취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한 학기가 지나도록 골프연습장을 제대로 이용해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의 설명대로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위한 것이라면 골프채 등 공용 운동 장비가 비치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골프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학교 3학년 김모 양은 "골프연습장이 세워진 이래 일부 학생들만 한두 번 이용했을 뿐 대부분 학생은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며 "선생님들이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없을 때 혹은 방과 후에 골프연습을 하신다"고 말했다.

3학년 이모 양은 "골프연습장 건설과 관련해 대의원대회나 임원회의 때 불만이 많이 표출된 것으로 아는데 학교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며 "왜 학교 예산을 이렇게 낭비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원금 편법사용 논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가 "학교운영비 등으로 골프연습장을 세운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각 학교에 예산을 배정하면서 용도를 지정했으나 최근에는 해당 학교에서 학교운영비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