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알고 마시자!!‥니혼슈가 정확한 명칭

일본 술 '사케' 바람이 거세다.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하는 일본식 '청주'(淸酒 · 쌀로 빚은 술)는 일본에서는 사케가 아닌 '니혼슈'(日本酒)로 불린다. 사케(酒)는 술을 총칭하는 말로,니혼슈보다 훨씬 광범위한 의미다.

또 한때 국내에서 일본식 청주를 나타내는 말로 통했던 '정종'(政宗 · 마사무네)은 수많은 사케 브랜드의 하나일 뿐이다.

단어 쓰임의 잘잘못을 떠나 사케는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일본식 청주를 뜻하는 말로 굳어져 버렸다.

현재 사케의 종류는 약 2000여개로 일본 내 웬만한 지역이 '지자케'(地酒 · 지역술)란 이름으로 사케를 만든다. 알코올 도수 13~17도 사이에서 무궁무진한 맛을 내고 있는 것이 사케다.

◆사케의 등급 ‥ 준마이 다이긴조가 최고급

사케는 쌀의 도정률과 원재료 등으로 맛과 등급에 차이가 난다.

'벼의 낱알을 얼마나 깎아냈느냐'는 도정률에 따라 '다이긴조'(大吟釀)와 '긴조'(吟釀)'혼조조'(本釀造)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도정률이 높을수록 순도가 높은 좋은 술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사케 라벨에는 도정률이 아니라 정미율(쌀의 표피를 깎아내고 남은 비율)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정미율로 따지면 도정률과는 반대로 낮을수록 좋은 등급이다. 정미율이 50%(도정률 50%)인 다이긴조는 와인의 그랑크뤼급으로 쳐주는 최고급 사케다.

다음 등급인 긴조는 정미율이 60%로 프리미엄급이다. 혼조조는 정미율이 70% 수준이다. 혼조조에도 끼지 못하는 부류는 후쓰슈(普通酒)로 친다.

여기에 쌀만으로 만드는지 알코올을 첨가했는지에 따라 '준마이'(純米) 여부가 결정된다.

오직 쌀과 누룩을 원재료로 한 준마이란 딱지가 붙으면 사케의 몸값도 오르게 된다. 따라서 정미율 50%에 쌀과 누룩의 발효만으로 제조한 '준마이 다이긴조'(純米大吟釀) 등급은 최고급 사케로 쳐준다. 쌀과 누룩 외에 소량(10~20%)의 알코올이 첨가되면 준마이란 표현을 쓸 수 없어 다이긴조,긴조,혼조조로만 불린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케는…목넘긴 깔끔한 '구보타 만주' 인기

국내에서 인기있는 사케로는 '구보타 만주'(久保田萬壽)'오토코야마 준마이다이긴조'(男山 純米大吟釀)'핫카이산 공고신'(八海山 金剛心)'고시노 간바이'(越乃寒梅) 등이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 수입된 사케는 1866t 으로 전년(1294t보다 44.2% 늘었는데 대부분이 이들 사케로 채워지고 있다.

가격은 강남지역의 유명 이자카야나 사케바 기준으로 구보타 만주와 고시노 간바이(720㎖)는 20만원 선,오토코야마 준마이다이긴조는 7만원(720㎖)~14만원(1.8ℓ) 선이다.

서울 삼성역 주변에 있는 사케바 쿠시의 최창근 사장은 "니가타(新潟)산 구보타 만주와 구보타 센주는 깔끔하고 목넘김이 좋아 사케 중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또 알코올 함량이 5.9%로 여성들이 즐겨찾는 스파클링 사케 '고쿄 네네',깔끔한 맛이 사시미와 잘 어울리는 아키타(秋田) 명주 '아라마사 후쿠로토리 시즈쿠사케',남자들이 많이 찾는 칼칼한 맛의 '간바레오토짱'(아빠힘내세요) 등도 반응이 좋다.

이외 1년에 딱 두번 빚어 공급하는 '핫카이산 공고신'과 일본 최고의 정미율(23%)을 자랑하는 '닷사이 준마이다이긴조'(獺祭 純米大吟釀),2~3년에 한 번만 국내에 수입된다는 '고쿠류 다이긴조'(黑龍 大吟釀) 등도 최근 인기 사케 대열에 오르고 있다.

사케는 5도 내외로 차게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일식집에서 복 지느러미를 띄워 뜨겁게 내는 히레사케는 사실 고급 술이 아니다. 또 사케는 출고된 지 1년 이내의 제품이 좋다.


◆사케 라벨 읽는 법 ‥ 정미율이 낮을수록 좋아

사케도 와인처럼 라벨을 통해 출신 성분을 알 수 있다.

병 앞면엔 사케의 원재료와 알코올 도수,제조일자,용량 등이 고루 적혀있다. 뒷면엔 니혼슈도(日本酒度)와 산도(酸度),아미노산도(농담도),향의 강도 등이 자세히 표시돼 있다.

니혼슈도는 물의 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 수치(가라구치.辛口)가 높을수록 맵고 드라이한 맛이 나고,'-' 수치(아마구치.甘口)가 높을수록 단맛이 난다.

일본 미야기(宮城)의 '이치노쿠라 히메젠'(一ノ藏 ひめぜん)은 아마구치가 '-60'에 달할 정도로 단맛이 강해 식전주나 디저트 청주로 인기다.

산도는 사케를 마셨을 때 느끼는 경쾌함을 나타내는 데 척도로 이 수치 또한 가라구치와 아마구치의 비율을 알려준다.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대략 13~17도로 낮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와인과 달리 니혼슈도와 산도 알코올 도수 등이 잘 정리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케를 고를 수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