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이 남긴 문서의 원본이 하나뿐이고 모두 불 태웠다"는 장 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의 말과 달리 또 다른 문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BS가 입수한 문건과 다른 언론사가 확인한 문건, 유족이 보고 소각한 문건이 서로 다르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다 태웠다"는 문건을 방송이 보도하는 등 사본이 돌아다녀 경찰은 다른 문건이나 이미 공개된 문건의 사본이 더 있다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20일 "모든 문건을 없앴다는 유 씨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더 조사할 예정"이라며 "(사무실 쓰레기봉투를 통해 언론사에) 문건 유출 과실이 인정되는 만큼 문건 원본 소재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사본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근거로 원본과 사본을 모두 태워 없앴다는 유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경찰이 19일 "입수한 4장의 문건 이외에 입수하지 못한 문건 3장의 리스트 존재 여부 및 내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된다.

이로 미뤄 경찰은 기존의 미확보 부분에 대한 '문서 조각맞추기식' 수사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문건과 사본의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앞서 "여러 사람의 진술로 볼 때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문건 3장에 (범죄혐의와 관련된) 리스트가 있는 것 같다"며 "입수한 4장에는 일부 관계자 이름이 있다"고 밝혔다.

장 씨의 전 매니저 유 씨는 장 씨가 진술 형식의 문건 4장과 본인에게 쓴 편지 형식의 3장 등 모두 7장의 문건을 남겼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일부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문건을 보면 2개 버전 이상의 문건이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10일 노컷뉴스가 공개한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문건과 13일과 14일 KBS가 보도한 문건은 외형상 서로 달라 보인다.

노컷뉴스의 문건은 글자가 비교적 빼곡히 적혀 있는 반면 KBS 문건은 글자 사이에 여백이 많다.

KBS는 19일 '뉴스9'에서 장자연 자살 직후 문건을 봤다는 다른 언론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 관계자가 본 7장의 문건에는 마지막 장에만 장자연의 서명이 있었지만, KBS 문건에는 4장 중 3장에 서명이 있었다"며 서로 다른 문건이 존재하는 게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서울 봉은사에서 유족들이 본 문건과 KBS가 13일과 14일 공개한 문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진술도 있다.

KBS가 보도한 문건은 불에 타다 남은 종이 3장과 찢어진 것을 복원한 4장이었지만 유족들은 "KBS에 방송된 문건과 우리가 태운 문건과 형식이 달랐다"고 주장했다.

봉은사에서 유족들과 유 씨가 함께 보고 소각했다는 7장짜리 문건에 대해 서로 말이 엇갈리는 점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유족은 "2장은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내용이었고 장자연에 관한 내용은 뒤의 5장이었다"고 말했으나 유씨는 "7장의 문건 중 4장은 형사고발을 위한 진술서이고 3장은 나에게 쓴 편지였다"고 했다.

경찰이 20일 "유 씨 진술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새로운 문건이나 사본의 존재 여부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지 주목된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최찬흥 기자 ktkim@yna.co.kr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