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정치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6개 지하철 노조로 구성된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가 별도의 연맹체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실리를 찾기 위한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공공운수연맹 산하의 서울메트로 노조는 20일 다른 지하철 노조와 힘을 합쳐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노조 연맹체 설립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하철 노조들이 중앙ㆍ지방 정부와 교섭할 독자적인 권한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노조를 자신들이 주도하는 연맹체에 끌어들인다는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시철도공사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공공운수연맹은 실패했음이 분명하다"며 "그간 제조업 부문의 투쟁방식을 모범답안으로 받아들여 왔는데 공공부문의 방법이 따로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로서 현실에 맞지 않는 상급조직의 지침에 구속되기보다 업종별ㆍ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른 새 조직을 만들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리적으로 나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방향을 탐색해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노조협의회의 주축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이런 맥락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민주노총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왔다.

2004년 궤도연대 파업을 끝으로 2006년 비정규직법 저지 파업,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파업,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파업 등 민주노총이 하달한 핵심적인 정치투쟁에는 모두 동참하지 않았다.

지하철 노조가 별도의 연맹체를 결성키로 한 것을 놓고 `제3노총' 가능성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이 조직이 전국의 여러 업종 사업장을 아우르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성격의 총연맹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총연맹에서 이탈한 노조나 어떤 연맹에도 가입하지 않은 다른 노조들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들 노조를 포괄할 이념이나 이론의 틀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단순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총연맹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확고한 이념과 비전이 구비되지 않으면 결성이 됐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수년간 사실상 `별거상태'에 있던 서울메트로 노조 등이 공식 결별을 본격화하는 데 대해 외부 정치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투쟁에 정치와 경제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치투쟁을 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권익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눈앞에 놓인 악법을 저지하는 등의 실질적 권익을 포기하는 것은 사측과 타협하는 것이고 이는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을 뒤따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