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은 물론 청년층의 녹내장이 늘고 있다.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고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 안압 녹내장도 증가 추세여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이 녹내장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녹내장학회가 2007년 말~2008년 초 충북 금산군 남일면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성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40세 이상 성인의 녹내장 유병률은 3.66%였다. 40대의 경우엔 1.2%이지만 60대에는 4.2%,80대가 되면 10%에 이르는 등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았다.

녹내장은 본래 노인성 질환이지만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건양대 김안과병원이 2000~2007년 병원을 찾은 녹내장 환자를 집계한 결과 20대 녹내장환자는 2000년 1058명에서 2007년 2669명으로 약 150%,30대 환자는 같은 기간 1173명에서 1840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8년 새 20~30대 녹내장 환자가 2배로 증가한 셈이다.

병원 측은 이 같은 젊은 녹내장 환자 증가는 이른 나이에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혈관질환을 앓거나 고도 근시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직장인의 종합건강검진 항목에 안저촬영이 추가되고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위한 사전 검사가 증가하는 등 녹내장 진단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녹내장은 안압(안구에 미치는 내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다가 최악의 경우 실명하게 되는 질환이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면 환자의 80%가 실명에 이르게 된다. 특히 금산군에서의 조사 결과 녹내장의 66.3%가 '정상 안압' 녹내장이어서 주의가 요망된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10~21㎜Hg로 정상이지만 시신경이 손상되거나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안압의 일간 변동폭이 큰 경우에 생긴다. 백인의 정상안압 녹내장의 유병률은 40~50%로 한국과 일본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정일 한국녹내장학회 회장(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안과 교수)은 "녹내장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10년 내 실명할 가능성이 5%밖에 되지 않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치료해도 10년 안에 75~80%가 시력을 잃는다"며 "국내에 약 70만명의 녹내장 환자가 있고 인구고령화로 2020년에는 100만명으로 늘 전망이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내장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정기검진이 필요한 대상은 △안압이 높거나 △45세 이상의 성인이거나 △가족 중에 녹내장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을 앓고 있거나 △고도근시이거나 △스테로이드 안약을 장기간 사용한 경우다. 40대 이상 성인이라면 1년에 한 번 시력검사,안압검사,안저촬영,전방각경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1시간 정도 소요되며 2만5000~3만원의 비용이 든다.

녹내장이 의심되는 증상으로는 눈이 피로하거나 무겁고,안구의 이물감이나 어깨결림이 느껴지고,눈이 충혈되거나 통증이 생기고,갑자기 시력에 변화가 생기거나 야간시야가 흐리고,불빛 주위로 무지개 형상이 보이거나,눈꺼풀이 부었는데 두통 및 구토가 동반된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눈두덩을 눌러봤을 때 딱딱하면 안압이 높은 것을 의심해볼 수 있다.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한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라 해도 안압이 평균치보다 높은 쪽에 속하는 만큼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레이저치료나 수술요법을 시행하는데 안구에 미세한 구멍을 내서 안구에 고인 물이 원활히 빠져나가도록 한다.

정종호/강유현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