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생활을 비관해 장애를 겪는 20대 아들과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 아들만 죽인 아버지가 구속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대문구에 사는 A(53.인테리어업)씨는 5년 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사업을 접은 뒤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A씨는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지난달 15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종묘상에서 농약을 샀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발달장애를 앓은 아들(21)을 두고 가는 것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1시께 집에서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워 병에 든 농약을 마시게 한 뒤 자신도 남은 농약을 마셨다.

다른 방에서 자던 A씨의 아내가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소리를 듣고 깨어 응급조치를 하려 했지만 아들은 숨을 거뒀다.

A씨도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아들을 남기고 가면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봐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독극물을 먹여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를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