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림 15㏊ 태운 채 불길 못 잡아

건조한 날씨 속에 바람까지 세게 분 충북에서 논.밭두렁을 태우던 불이 산으로 번지며 곳곳에서 산불이 났고 불을 끄던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17일 오후 4시 10분께 청원군 북이면 영하리 야산에서 불이 나 산림 일부를 태운 뒤 25분 만에 진화됐지만 화재 현장에서 주민 임모(81)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인근에서 밭두렁을 태우던 임 씨가 불이 산으로 옮겨 붙자 진화 도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이날 낮 12시 45분께 옥천군 이원면 구미리 뒷산에서 불이 나 2시간 동안 0.5㏊의 산림을 태웠고, 불을 끄던 육모(81.여) 씨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육 씨가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후 2시 20분께 보은군 내북면 다락골 마을에서도 불이 나 약 1㏊의 산림을 태운 뒤 오후 5시께 진화됐다.

불이 나자 산림청 헬기 3대와 공무원, 의용소방대원 등 400여명이 진화에 나섰으나 산세가 험하고 바람까지 거세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불길이 마을 쪽으로 번지자 소방당국은 주민 60여명을 인근 학교로 긴급 대피시켰지만 다행히 불길이 비켜가 큰 피해는 없었다.

보은군과 소방당국은 "논두렁을 태우던 중 불길이 산으로 번졌다"는 이 마을 이모(71)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비슷한 시간 영동군 영동읍 가리 묵은점마을 뒷산에서도 불이 났다.

이 불은 인근 명륜동마을과 황간면 노근리 등으로 번져 오후 7시 현재 15㏊를 산림을 태운 뒤 불길이 번지고 있다.

날이 저물면서 산림청 헬기 14대는 작업을 중단한 채 인근 군부대 등으로 돌아갔고,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등 1천여명이 현장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불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동군 관계자는 "초속 5~6m의 강풍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져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며 "다행히 바람이 잠잠해진 만큼 밤새 불길이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