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아버님..."

이역만리 타국의 한 초라한 병원에서 장인의 시신을 접하게 된 사위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1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예멘 군 중앙병원 시신 안치소.

예멘 폭탄테러의 희생자 박봉간(70) 씨의 사위 한모(40) 씨는 갈색 관 속에 누워 있는 장인의 시신을 보고는 힘없이 주저 앉았다.

고령의 나이에도 마음만은 청춘이어서 이 나라 저 나라 혼자 여행하시길 좋아했던 장인.
예멘 여행을 끝으로 기나긴 인생의 여정 마저 끝맺을 수 밖에 없었던 장인 생각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함께 온 박씨의 아들(35) 또한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입술을 깨물며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았다.

동네 야산 정도는 거뜬히 오르시며 정정하시기만 했던 아버지가 관 속에 누워 계시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무릎을 꿇은 채 시신 옆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또다른 사망자 김인혜(64)씨의 남편 윤모(64)씨는 아내의 시신을 보고 오열하다 "차마 더 이상 못 보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윤씨는 "사내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뭐 있을까 싶었는데 끝내 울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멘 폭탄테러 희생자 4명의 유족 중 이날 예멘 군 병원을 찾은 이들은 윤씨 등 3명.
두바이를 거쳐 예멘에 이르기까지 장장 20여시간에 가까운 비행이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호텔 아닌 병원부터 찾아 시신을 확인했다.

유족들은 시신 확인 뒤 주 예멘 한국대사관에서 곽원호 대사를 만나 시신이 조속히 한국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족 윤씨는 "우리 유족들이 예멘에서 어떻게 밥을 먹고, 어디서 잠을 잘지 이런 부분은 신경 안써도 된다"며 "조속한 시신 인도에만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곽 대사는 "오늘(17일) 오후 예멘 외무차관을 만나 다시 한번 조속한 시신 인도를 당부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18일 중 예멘을 출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빨리 시신이 인도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유족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사나<예멘>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