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차별금지법 시행…노동부 시정명령 불이행시 3천만원 이하
"중립적 기준도 특정연령 피해보면 차별"

'연령차별금지법'이 오는 22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앞으로 고용을 할 때 나이를 이유로 차별한 사업장에는 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라 채용과정에서 나이로 차별을 당한 사람이 진정을 제기하면 인권위는 진상조사 후 사업장에 시정권고를 하고 권고 내용을 노동부에 통보하게 된다.

시정권고에도 사업장이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권고 후 6개월 내에 노동부장관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도 고쳐지지 않을 경우 사업장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인권위는 "기존 고령자고용촉진법은 모집ㆍ채용ㆍ해고시 고령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선언적 규정에 머물렀다"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권위 진정 및 벌칙 조항 등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밝힌 연령차별 사례로는 채용 공고에서 `00년도 이후 출생자', `만 00세 이하', `00년 졸업(예정)자', `대학 졸업 후 0년 이내'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 와 면접에서 나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경우 등이다.

외견상 나이제한을 없애는 등 중립적 기준을 적용했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 연령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도 간접차별로 볼 수 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상 인권위가 시정권고 권한을 갖고 있어 조사절차 등은 인권위법을 따른다"며 "다만 원인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진정은 인권위법상 각하토록 돼 있어 몇 년 전에 차별받은 사례는 구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류 모델 등 일의 성격상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나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해 임금이나 복리후생에 합리적 차등을 두는 경우, 근로계약 상의 정년 등은 차별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

사업주가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불복할 때는 시정명령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지방노동청에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관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차별금지법은 노동시장에 끼치는 충격을 고려해 모집·채용 분야는 22일부터 시행되지만 임금, 승진, 퇴직·해고 분야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설립 후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 진정은 426건으로 인권위 전체 진정의 11%에 달했으며 특히 고용에 있어서의 차별 사건은 317건이나 됐다"면서 "이번 차별금지법 시행이 바람직한 고용환경 정착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6년 연령제한과 관련해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항공사의 채용시험에서 여승무원의 나이를 제한한 것이 나이차별이라고 인정해 시정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2007년 상반기 채용부터 연령제한을 폐지해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송진원 기자 hysup@yna.co.krsan@yna.co.kr